예술가와 우울
가수 이소라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우울하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中-
나는 가수들의 콘서트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이전에는 콘서트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지 못했다. 표 값도 만만치 않았고, 음원으로 접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콘서트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실제 라이브를 듣는 감동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연출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소라 콘서트에 가보는 것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녀의 노래는 대부분 우울하지만, 실제 성격은 조금 밝은 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콘서트 시작부터 끝까지
"12월 29일 생일이었는데 선물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그게 참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슬픈 마음이 더 컸어, 나는 슬픔을 찾아내는 데 대가인 거 같아"
"공연 갔다 올게"라고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나가는 데 그 상황에서 엄마가 없는 상상을 해봐. 그러는 순간들, 모든 것이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그녀가 콘서트 중간중간하였던 말들이다. 올해 나이 51세. 그녀는 아직도 소녀 같았다. 사실 이소라 씨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안다. '어린아이 같다.' '프로답지 못하다' 등등... 그녀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진실되었고, 그녀의 말 또한 일치하였다. 그 어떤 불순물도 없는 순도 100%의 슬픔이었다.
무대가 끝나고 그녀의 노래에 흠뻑 빠져 있었지만, 앵콜은 하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어느 관객 하나 앵콜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슬픔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알기 때문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폭력이다.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나는 몸의 병을 보는 내과의사 이지만, 마음의 병도 같이 있는 환자들을 많이 본다. 사실 대부분의 병은 마음의 병이 원인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우울하니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폭식을 하고, 그러니 또 아프고. 의사란 직업은 우울함은 고쳐져야 할 것, 잘못된 것이라는 일종의 질병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소라 콘서트를 다녀와서 모든 우울함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폭력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너무 힘들어 보였지만, 노래할 때만은 빛이 났다. 그녀에게 우울함 마저 빼앗아 간다면, 그녀는 더이상 노래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삶의 미련이 없어 보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에 예전 같지 않아요. 노래 한곡을 하고 나면 정말 죽을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그래도 죽는 그날 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이소라 4집, 꽃수많은 밤을 남 모르게 별을 헤며
날 위로해 강해지길 기도하고
지나간 이별로 울기도 해
날 떠난 그댄 잘 있는지 다가올 만남을 빌기도 해
끝이 없는 미련들 소리 없는 바람들
나의 어둠 속에 빛 되도록 날이 가기 전에
별이 지기 전에 나의 방황을
나의 가난을 별에 기도해
다 잊기로 해
나의 욕망을 나의 절망을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아멘) 첫 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나의 평안을 나의 사랑을 별에 기도해
날 믿기로 해 아멘
-이소라, 아멘-
이소라 씨, 누군가에게 당신은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되는 사람입니다.
힘내세요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