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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튼 Jan 27. 2020

부모님과 여행한다는 것 # 3

 

 이번 설날 부모님과 함께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사실 대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와이프와 한번, 친구들끼리 한번, 필리핀에서 사귄 대만 친구들을 보러 한번, 이번에 부모님과 함께 까지 해서 4번째 방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 누구와 함께 가냐가 그곳에 대한 인상을 많이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4번 타이베이를 갔지만, 이곳의 인상은 매번 달랐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항상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고수 같은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식당을 고르려고 최선을 다했다. 사실 부모님은 새로운 경험보다는 장성한 자식의 에스코트를 받는 것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아 보였다.

 

 평소 그렇게 다정한 아들이지 못하지만, 여행 때만은 부모님의 의사를 자주 물어보는 편이다. 이게 입맛에 맞으신지, 힘드시진 않으신지, 걸어 다니실 만 한지... 한국에서는 절대 물어보지 않았을 질문들을 주고받는다. 처음엔 나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을 딱히 즐겼던 건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나와 다른 부모님의 취향, 체력, 감성을 모두 헤아리는 일이 보통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아버지가 많이 어렵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지만, 같이 이야기할 기회도 많지 않았고,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는 엄하기만 한 이미지였다.

그러던 차에 5년 전, 베트남 다낭으로 부모님과 여행 갈 기회가 있었다. 첫 가족여행이라 각별히 여러 가지 신경을 썼다. 다낭 숙소는 시내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는데, 그것부터가 실수였다. 어디만 갈려고 하면 1-2시간 차량 이동은 기본이고, 너무나도 더운 날씨는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는 나를 더욱더 지치게 하였다. 마지막 식사로 좋은 것을 먹고 싶은 나머지, 호텔 컨시어지를 통해서 숙소로부터 2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을 했다. 사실 그 레스토랑이 황제, 황후 옷을 입으면서 식사를 하게 해 준다고 해서 찾아간 것이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찾아간 식당은, 황제 옷을 입혀주는 것만 빼고는 모든 서비스에서 최악이었다. 음식은 최악이었고 바가지는 덤이었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부모님께 너무 죄송한 나머지 풀이 죽어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다낭 일정 내내 별 감흥 없는 표정을 하셨던 아버지였다.  '아 드디어 폭발하셨나 보다' 하고 뒤로 돌아보는데, 아버지는 어깨는 몇 번 두드려 주셨다.  


"고생이 많구나. 너랑 이렇게 같은 공간에 오래 있으면서 이야기한 지가 정말 오랜만인 거 같다. 정말 좋다. 다음에도 같이 여행 갔으면 좋겠구나."


몇 마디만 더 하셨으면,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바보 같이...

무리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나를 사랑하고 계셨다.


사실 나의 학창 시절은 너무나 힘들었다. 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항상 밤늦게 까지 공부를 했지만, 성적은 그다지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의대를 갈 수 있을 성적도 물론 아니었다. 그때 참 부모님께 짜증을 많이 부렸다. 부모님께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지 않아 그게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어찌어찌하여 의대에 들어오고 나서도 부모님과의 사이는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못됐던 거 같다. 다 자식 잘되는 마음에 했던 이야기들이 었을 텐데... 그때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렸다.


 아버지, 어머니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타이베이 여행은 4번째 가족여행이다. 자존심이 세신 아버지는 여전히 애정 표현에 서툴다. 하지만 여행 내내 많이 웃으셨다. 그걸로 됐다. 요새는 그만 놀러 다니고 손자나 만들어 달라고 잔소리하시긴 하시지만, 아버지, 어머니와 이렇게 같이 여행 다니는 것 만으로 큰 축복이다. 앞으로 부모님과 같이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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