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대해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냐고요? 사대주의 같다고요?"
맞습니다. 저희 아내가 항상 저에게 지적하는 부분이에요. 특히 영어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요. 사실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어를 잘하는 것도 힘든데, 영어는 허세 부리기 위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합니다.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에서 평생 살더라도 우리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고, 세상의 대부분 정보는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는 암묵적으로 세상의 공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죠.
제가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유럽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유럽 사람들도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다가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결국 영어를 사용하더라고요.
또한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영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가성비' 높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은 번역기가 좋아져서 스마트폰으로 번역하며 대화할 수도 있지만, 아직 100% 정확하지는 않죠. 외국인과의 소통은 서로가 영어에 익숙한 상태에서 대화했을 때 가장 원활합니다. 영어를 배우면 원어민뿐 아니라 남미, 유럽, 아프리카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고, 그런 대화는 꽤 즐겁습니다. 그들에게도 영어는 제2외국어니까요.
이들과 대화하면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서 오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저보다 훨씬 유창했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대화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웠던 것 같네요.
언어는 반복이다. 그 사람의 지적 척도가 아니다.
만약 제가 취미로 일본어를 배웠다면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요? 물론 시험을 봐서 유학을 가거나 취직을 준비하는 상황은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단순히 노출 요인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 경우처럼 영어를 생각만 해도 밀려오는 스트레스, 즉 '저항감'이 가장 큰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험 위주로 흘러가는 교육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영어에 대한 ‘인풋(input)’뿐만 아니라, 영어에 대한 저항감까지 키우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페달이 인풋이라면, 저항감은 브레이크와도 같습니다. 현재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페달도 함께 밟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저항감을 낮추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영어를 배우는 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언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1.말하기 연습, 소통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말하기 연습을 할 때는 되도록 한국에 관심이 많고 대화할 화제거리가 풍부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사투리가 있듯이, 각 나라마다 고유의 영어가 존재합니다. 소위 '전통적인 미국 발음'(그런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 의문이지만)을 위해 일부러 필리핀이나 제3세계 사람들과의 대화를 꺼리는 분들도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가장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며, K-컬처에 익숙하고,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동질감도 느낄 수 있는 분들입니다.
저는 필리핀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항상 그들이 제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악센트가 방해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악센트가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영어를 잘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만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순수함이 느껴져서 대화가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에도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만, 시간당 강의료가 비싸기도 하고, 그들의 말이 너무 빠르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말하기 연습을 시작할 때는 필리핀 사람들과 대화하며 자신감을 쌓아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후 점점 대화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 미국인과의 대화로 확장해보세요.
요약하자면, '영어'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전화 영어 선생님께 제 인생 고민을 상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분의 따뜻한 말에 너무 고마워서 마지막에는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전화 영어를 하고 있지 않아 그분을 다시 만나 뵐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권에서 영어로 소통했던 경험은 제게 아주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챗GPT를 적극 활용하자
아직도 챗GPT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 몰라 적어봅니다. 챗GPT는 언어 공부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히 요즘 업데이트된 ChatGPT-4의 고급 언어 기능은 정말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놀라운 성능을 자랑합니다.
챗GPT의 장점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 저와의 모든 대화 기록이 마치 회의록처럼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화 내용을 되돌아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원어민과 대화한 후에는 그 대화가 자연스러웠는지 항상 챗GPT에게 첨삭을 부탁합니다. AI에게는 부담 없이 틀린 문장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듣는 것도 아니니, 부담 없이 엉터리 영어로 대화한 뒤 대화를 고쳐달라고 "뻔뻔하게" 요청해도 괜찮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챗GPT는 웬만한 영어 과외 선생님보다 훨씬 뛰어난 도움을 제공합니다. 학습을 위해 이만한 도구가 또 있을까요?
3.쓰기와 말하기, 읽기와 리스닝은 습득 메커니즘이 다르다
영어책을 읽고 영어를 매일 듣는다고 해서 쓰기와 말하기가 동시에 늘지는 않습니다. 이건 단순한 제 주장이 아니라, 언어학자들이 강조하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적극적인 '욕구'와 '의지'가 없다면 쓰기와 말하기는 절대 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영어를 그저 보고 있느 상태와, 정말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혹은 이 메일을 보내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상황은 다릅니다. 후자의 긴장감과 필요성이 없는 한, 쓰기와 말하기는 쉽게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오늘 하루 영자 신문 한 페이지를 읽었다고 영어 공부를 다 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인풋 베이스 러닝(읽기, 리스닝)과 아웃풋 베이스 러닝(쓰기, 말하기)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익혀야 합니다.
영어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영역을 독립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서로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읽기와 리스닝으로는 언어의 입력을 확장하고, 쓰기와 말하기로는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