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 김지혜-
#책들의 부엌#
저자 : 김지혜
출판사 : 팩토리나인
출간일 : 2022.5.12
<프롤로그>
할머니와 밤하늘
안녕 , 나의 20대
최적 경로와 최단 경로
한여름 밤의 꿈
10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 6시
첫눈, 그리움 그리고 이야기
크리스마스니까요
에필로그 1 별빛과 바람이 머무는 시간
에필로그 2 1년 전 오늘입니다.
작가의 말
요즘 이런 느낌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어서오세요 ,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그렇고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출시된 미치오 슈스케라는 일본작가의 '수상한 중고상점'까지 세권의 책들은
표지에서부터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먼저 읽었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와 차이라면 휴남동 서점은 한적한 동네
귀퉁이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동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찾아와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서점이라면 '책들의 부엌'에서 그려지는 소양리 북스키친은 일상적으로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 아닌 대도시에서 벗어난 어느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서점으로 단순히 책을 판매하고
굿즈상품을 진열하는 판매공간으로서의 서점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곳이었다.
<page 46. 할머니와 밤하늘>
하늘은 시시각각 변했다.
어느새 산 뒤편이 서서히 맑은 하늘빛을 띠기 시작했다.
동쪽 산등성이 위로 주황빛이 점차 환해지더니 구름은 새하얀 빛깔을 드러내며
잠시 운행을 멈춘 기차처럼 정지했다.
산맥 사이로 깔린 안개는 기차가 뿜어낸 연기의 흔적 같기도 했다.
텅 빈 하늘 저편에는 달이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page 72. 안녕 , 나의 20대>
세린의 말투는 담담했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밤을 새우고
세상을 다 얻은 기분으로 신나 하고 내일이 없는 아이처럼 통곡하고
자신의 앞에 눈부신 폭죽이 펑펑 터지는 듯한 놀라움에
소리 지르던 계절은 흘러갔다.
책을 읽으면 읽어 갈 수록 김지혜 작가님의 문장력과 글귀에 계속 감동하면 서 읽게 되는 책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 어떻게 이런 주옥같은 글들을 쓸 수 있는지 감탄을 하면서 글을 따라서 걷다 보면
소설 속 풍경에 내가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글의 흡입력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이런 비유가 적당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줄어드는 밥공기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처럼
책을 읽어 갈수록 책 속의 문장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한번 봤던 문장을 두세번씩
반복해서 읽게 되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총 7가지의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들마다 각자의 이유로 인해
마음 속에 불안과 허무함 , 공허함 그리고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들이 우연히 혹은 어떤 계기로
소양리 북스키친을 찾아 오게 되는데 그 곳에서 북스키친의 사장인 유진과 스태프 시우와 형준을
만나게 되고 밤하늘에 펼쳐진 별빛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북스키친에서 각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서서히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휴남동 서점~'을 읽었을 때는 한편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책들의 부엌'은
판타지소설이나 감성적인 글들이 가득한 시집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를 간직한 서점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소양리 북스키친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고 정말 존재한다면 죽기 전에 한번이라고
꼭 가고 싶은 곳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상상하면서 각박한 현실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여러 이야기들중 특히 두 번째 이야기인 '안녕, 나의 20대'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글을 따라가는 내내 나 역시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나의 20대를 회상하게 되었다.
그 시절 , 별것 아닌 일에도 기뻐하고 좌절하고 흥분했으며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눈물 쏟은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그 때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대중에 대한 두려움으로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가수의 이야기 , 또는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느 한 여자와 그 여자를 잊지 못해
수년간 그리워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등 각각의 다른 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펼쳐지고 있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여곡절을 겪고 곤경에 처해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한편의 일일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비슷한 결의 소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도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다.
어수선한 마음이 정리되고 아프긴했지만 자그마한 흉터만 남은 과거가 회상되는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