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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레 비지 Oct 31. 2019

하고 싶은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최근 '의외로 여성스럽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친한 사람이건 아니건 내가 집에서 베이킹과 꽃꽂이를 하는 걸 알고 나면 어김없이 하는 말이다. 베이킹과 꽃꽂이가 여성스러운 일인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보고 싶은 것뿐이다. 여성스럽다는 말은 칭찬의 의미로 하는 말인 걸 아니까 그렇다 치고, 여성스러워졌네,라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 

내가 지금 하는 대부분의 일은 20대 때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이란 갑자기 뿅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이미 정해져있고, 그저 시작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처음엔 어떤 것이 좋아 보이는 걸로 시작된다. '저렇게 입는 거 좋아 보여.' '저런 행동 좋아 보여.' '저 곳 분위기 좋아 보여.' '저 분 저렇게 사는 모습 좋아 보여.' 뭔가 좋다는 생각이 들면 그 방향대로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모습과 닮아간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게 뭔지 안다는 건, 나중에 어떻게 살지 미리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좋은 걸 좋다고 여기는 기준은 언제 생기는 걸까. 내가 베이킹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언제였을까. 대학 동기가 만들어온 어설픈 핸드메이드 쿠키를 보고 나서 였을까. 미술학원 친구가 만든 멋들어진 케이크 사진들을 보고 나서였을까. 아니면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의 영향이었을까. 무엇이 됐건 혼자 갑자기 생각한 건 아니었다.

내가 받은 영향들이 나를 만든다. 내가 하는 행동은 내가 받은 영향의 결과일 따름이다. 하고 싶은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마음의 여유 또는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천하고 싶다. 그리고 좋아보이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뭐가 좋으면 그게 왜 좋은지, 좋게 보는게 과연 맞는 건지. 좋은 영향이 쌓여서 미래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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