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부터였다. 자려고 누우면 내 몸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아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완전 무서움.) 감기에 걸리면서 생긴 증상인가. 5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어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는 내 증상을 듣더니 이석증이 의심간다며 물리치료를 권했다.
앉아서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가 왼쪽으로 돌아누웠다가... 겉보기엔 너무나 간단하고 차분해 보이는 치료 과정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괴로움이 있다.'
물리치료를 받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그만큼 상상조차해보지 않은 종류의 괴로움이었던 것. 어지러움을 맞닥뜨려야만 치료가 가능한 방법이라 계속 나는 어지러움을 향해 내던져졌다. 뒤통수를 베드 바닥에 댈 때마다 견디기 힘든 멀미와 소름 끼치는 불안을 느끼며. 치료가 끝난 후 고글을 벗었을 땐 머리카락과 얼굴에서 흘러내린 땀이 흥건하게 묻어났다. 그 후에도 한 시간은 속이 울렁거려, 완전히 속을 게워낸 후에야 편해질 수 있었다.
전에 몰랐던 종류의 괴로움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아직 나의 괴로움이 아닌 수많은 괴로움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것, 살아있는 동안 그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확신하며. 나는 내 평안한 일상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