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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입맛도 없어집니다

밥맛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입맛도 없어집니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시간이 촉박하고
뚜렷한 대안은 없으며
마땅히 부탁할 만한 사람도 없는 가운데
고군분투해서 난국을 돌파할 묘안을 모색하다
어렵사리 주어진 숙제를 마치고
축제의 향연을 즐기고 돌아왔을 때
생각지도 못한 장문의 카톡 메시지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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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서는 상대가 힘들게 만든 결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려고 상대 입장에서
걱정하고 염려해서 조치한 배려였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배신을 넘어서 무시한 처사였다고
조용한 어투지만 말투에는
격노하는 뉘앙스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순한 의도나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은 거 같은데
시종일관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 맘대로 저지른 몰지각한 처사였다고
울분을 토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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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압박과 모든 것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조급한 생각으로 판단한
어처구니없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오해될 때
이해와 오해의 사이에 존재하는 엄정한 차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름 가장 잘 이해한 상대방의 입장이
가장 잘한 오해라는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에 나오는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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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내가 취한 행동을 보여주어도
당시의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위로해주지만
여전히 상대가 나에게 보여주는 무시당한 기분은
며칠이 지나도 마음을 호전시켜주지 못합니다.


스피노자 식으로 이야기하면
자아를 보존·발전·완성하려는
욕구 내지 노력을 의미하는 코나투스(Conatus)가 맞지 않는
슬픈 관계라고 단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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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투스가 증진되는 기쁜 인간관계가 아니라
코나투스가 감소되는 슬픈 인간관계일 때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관계의 끈을 끊고
거기서 벗어나 코나투스가 통하는 다른 인간관계 속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몽블랑 사색.jpg


최선을 최악으로 받아주는 관계는
하루빨리 끊어버리고 가기서 벗어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최고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기쁨을 누려야 되지 않을까요.


기쁨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날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슬픔을 주고받으며 분노와 적개심을 품고 살아가는
아픈 관계의 사슬 속에서 견디기 힘든 아픔을
참고 견디며 살아갈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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