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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게 질문이자 울림입니다(산문시편)

호기심의 물음표로 다가온 당신, 감동의 느낌표로 비상합니다

당신은 내게 질문이자 울림입니다


오늘도 진심을 하루 종일 가슴에 품고 있다

새벽 찬바람에 식지 않도록

포근한 어둠의 이불에 재운 다음

찬 이슬보다 영롱한 감동의 느낌표로 전달했지만

의도와 다르게 곡선의 물음표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곡선의 물음표가 하룻밤을 지새운 다음

어둠이 한가득 소식을 싣고

저녁 바람에 실려 오고 있지만

그 바람은 무엇을 바라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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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과학으로 그 깊이를 알아낼 수 있다는데

깊이 파고들수록 첩첩산중이며 오리무중인

한 길밖에 안 되는 사람 속은

도무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한결같다고 생각했던 의지의 명령도 거부하고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깔로

수시로 변화되는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롤러코스터가 살아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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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이 바다로 바로 가지 않고

바위를 만나고 나무를 만나

하소연하면서 잠시라도 시름을 구름과 나누면서

쉬어갈 휴게소가 없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말들이 공기 중의 입자를 타고 날아다니다

부딪혀 소리가 나는 것은

책을 읽다가 졸고 있는 독자의 무료함을

깨우려는 시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단풍잎 다 떨어졌는가 했더니

마지막 잎사귀 남겨 놓고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려는 나뭇가지는

허공을 향해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하는지

내 언어로는 포착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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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어가 핏속을 흐르면

피가 다시 언어로 피어나는

변신의 꿈을 꿀 수 있는지를

누구에게 물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며칠 동안 책상 위에 눌려있는 책들의 아우성은

밤마다 가위 누르는 꿈을 꾸며 겪어내는

꿈을 언제 멈출 수 있을지를 알아내려는 몸부림인가요?


해 저무는 노을빛에 담긴 황홀함이

오늘따라 처량한 가을 낭만의 외로움으로

보이는 이유는 노을도 오늘 하루가

서글픈 추억으로 아롱져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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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살았고

오늘도 살고 있지만

내일도 살아가야 되는 이유가

산다는 게 아픔을 삭혀

‘앓음다움’으로 바꿔가는 고행이기 때문인가요?


천천히 걷다 만난 가로수길 은행나무가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채 사라지려는 가을을 붙잡고

온통 심장으로 파고드는

시 한 편 남기고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낮의 햇살이 눈부신 날,

동사들이 목적어를 초대해서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날

느닷없이 추상명사가 나타나서

동사들의 열정적인 움직임이

천박하다고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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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갈 때마다 허겁지겁 신발을 싣고 나가지만

어떤 신발이 내 발과 맞닿는 인연을 만들지는

나도 모르고 신발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인이

목적지를 향해 신고 떠나는 여행은

아무런 대가 없이 오늘도 봉사하려는 신발의

마음에 불편한 심정을 끼치고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온몸이 저려오는 아픔 속에서도 아물어가는 상처가

타성에 젖은 언어를 만나 하품을 하다

겨울 햇살 기운에 통증이 완화되고

기억의 파편들이 헐벗은 옷을 입고

느닷없이 지상 최대의 파티를 준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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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사놓고 읽지 못하던 책을 펴는 순간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行間)에서 떨림으로 기다리다

울림에 반응하며 뛰쳐나오는 행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나이는 자꾸 먹어가고

몸은 늙어가며 생각도 낡아빠져 구해낼 길 막막한데

절벽의 나뭇가지에 거린 한 가닥 희망을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한 사람의 몸부림은

언제쯤 끝날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저무는 저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경은 한낮의 피곤함도 잊은 채

밤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바람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을 바라보는

추억의 페이지를 회상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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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슴앓이로 온밤을 지새우며 떨고 있지만

나는 당신의 물음표를 가슴에 품고

온몸으로 스며드는 그리움의 향기에

울고 있는 이유를 아직도 알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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