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운명조차 바꾸는 혁명적 사건이다
사람의 몸무게는 호기심이 품은 물음표의 무게다
오늘의 내가 행복한 이유는
어제의 불행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과거와 단절하고 어제와 다른 과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현재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애간장을 녹이며 노력을 거듭해도
빛이 보이지 않고 안갯속에 희미한 형체만 가물가물할 뿐
꿈에 그리는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세상의 빛에 가려 내 어둠의 존재가
자기다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뒷골목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만
암담한 미래와 불안감이 짝을 이루는
깊은 한숨이 한탄을 내뱉으며 허공만 바라본다.
늘 애쓰고 있지만 글을 써지지 않고
머리와 가슴 사이를 오고 가는 손길이
모호한 생각과 감 잡기 힘든 느낌만
장황하게 전달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다
세찬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나무가
바람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은 듯 한 마디 전한다.
걱정 없는 세상은 언제 오는지
불안감은 언제나 사라지는지
오늘도 어쩔 수 없는 침묵에 걸려
간신히 한 문장 쏟아 놓는다.
서가에는 오늘도 저마다의 주장을 품고 있는 책들이
너무 오래 꽂혀 있어서 다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지만
주인은 언제나 뽑아서 그 소리를 들어줄지 기약이 없다.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생각을 잉태한 책들은
넘어지며 깨달은 각성을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투 끝에 세상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물음표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 앞에서
언제나 속수무책인 책만 읽다가
어쩌다 손에 잡힌 한 권의 책,
그마저도 가방 속에 갇힌 채
빛나는 오후 햇볕을 기다리며
낮은 포복 자세로 엎드려 있다
다 읽은 책도 다시 펼쳐보면
밑줄 친 문장이 왜 자신에게 밑줄을 친 것인지
이유를 물어보며 항변하지만
나로서는 대답할 방안이 없어
죄 없는 언어를 붙잡고
바람을 가르는 육박전을 치르고 있다.
뜨거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구덩이 속에서 온몸을 데이다 뛰쳐나온
한 단어가 다른 단어와 마주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벼리고 벼리다
쓰임새조차 찾지 못하고
문장 밖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누군가 사용했던 흔적을 발판 삼아
한 단어는 정해진 길을 찾아 따라갔지만
오만한 심판자가 앞을 가로막고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앞에서 기다리는 건 막막한 장막뿐이라고 한다.
질문해도 대답 없는 문장들의 향연에
한 지식이 자기 자랑을 하며
과거의 성취감에 젖어 감을 잡지 못하고
산전수전 겪어본 지혜 앞에서 주름을 잡고 있다.
저항과 배반을 밥 먹듯이 먹어온 지식이
상식에 호소해도 몰상식하다는
조소와 조롱만 날아올 뿐
숙명을 거부하고 운명조차 재창조하려는 몸부림은
한 밤의 어둠이 빼앗아 달아나버렸다.
질문 없는 독서(讀書)는 독소(毒素)가 되지만
그런데 어떤 질문은 사건이 되는 이유는
질문을 던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생일대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질문은 벽 앞에서도 절벽만 생각하거나
절망만 떠올리지 않고 간절함에 기절한
곡선의 물음표에게 오늘도 호기심의 먹이를
열심히 먹이며 느낌표가 숨어 있는 문을 찾아 나선다.
사람의 몸무게는 질문이 품은
호기심의 무게에 정비례한다는
비보를 잘 못(?) 들은 한 사람이
돌연 결단의 칼을 품고
마침표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물음표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당황한
마침표가 바닷가에서 노닐다
휘어진 물음표의 허리를 붙잡고
한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삶의 답은
직선으로 내리꽂는 낙하나 하강에서 이탈한
휘어진 물음표의 방황하는 암중모색에서 발견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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