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말고 가리키자
티칭은 절반으로 줄이고, 코칭은 두 배로 늘린다
‘방법’이라는 약을 먹으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갈 수 없다
나이 들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려는 ‘가르침’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자신이 겪은 산전수전의 경험과 거기서 깨달은 교훈은 아무에게나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지침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가정을 갖고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주입하려는 발상이 티칭(teaching)이다. 티칭의 전제는 상대는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알려주는 가르침을 토대로 자신의 삶에서 뉘우치는 반성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야 된다는 것이다. 연륜과 경험이 풍부하면 당연히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생긴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후반전으로 들어갈수록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고 질문을 던져 의견을 물어보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가르침’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가리킴’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방법을 가르치면 쉽게 따라서 할 수 있지만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는 자생능력은 점차 상실된다. 구체적인 가르침은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방향을 찾으려는 의지를 희석시키는 장본인이자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방법을 구체적으로 반복해서 가르치면 삶을 그르칠 수 있다. 가르침은 그르침을 낳는 장본인이다. 방향을 가리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방향에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방향을 가리키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 자신을 스스로 키울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삶을 그르칠 수 있는 방법을 너무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가르치다’라는 말과 혼동될 수 있는 말이 바로 ‘가리키다’이다. 즉 ‘가리키다’는 손가락으로 어떤 대상이나 사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말이다. 무언가를 지칭할 때나 방향을 제시할 때 쓰는 표현이 바로 ‘가리키다’이다. 인생의 선배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스승이 범할 수 있는 최대의 실수는 제자들이 나아가야 될 방향을 잘 못 ‘가리키는’ 것이다. 길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는 것이다. 방법은 자신이 실제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축적한 어제와 다른 깨달음의 산물이다. 방법을 가르치면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능력개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는 《지식의 쇠퇴》(2009)라는 저서에서 '가르치다'(teach)의 의미에 대한 의미심장하게 해석하고 있다. '가르치다'를 의미하는 영어 'teach'에는 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나 교사나 답을 모르는 학생이나 후진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가정이 있다. ‘teach’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뒤안길에는 “답이 없으면 가르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상황이 복잡하고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면 누구도 이것이 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모색하는 길 밖에 없다.
존경받는 코치의 10가지 덕목
코치는 상대방의 아픔, 처한 환경, 고민, 사연과 배경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가슴으로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코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가장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재능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코디해 주는 사람이다. 코디는 영어의 coordination을 줄여서 발음한 말로써 의상, 화장, 액세서리, 구두 따위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갖추어 꾸미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왜 코치는 코디인가? 코디는 상대방의 눈치코치를 살피면서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 코멘트해 주는 사람이다. 여기서 코멘트는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답이 아니라 “이런 건 어떨까요? 저런 건 어떨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도움닫기형 제언이다.
코치가 상대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심리 코드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와인의 맛은 코르크 마개를 열기 전까지는 맛볼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심리 코드도 마중물을 넣어서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욕망을 물줄기를 만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신비의 세계다. 코치는 상대방이 하면 재미있는 재능 코드를 스스로 발견, 거기에 가장 적합한 독창적인 컬러로 스스로 코디해서 때가 되면 꽃이 피어 가을의 정취를 알려주는 코스모스처럼 완벽한 자기만의 코러스를 창조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다. 궁극적으로 코치는 상대방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컬러를 발견, 재능의 꽃을 피우면서 일생일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조력해 주는 꿈의 파수꾼이자 산파술의 귀재라고 볼 수 있다.
중년 이후에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춰(teacher)에서 존경받는 코치(coach)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코치의 덕목을 스스로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래 제시되는 내용은 수십 년간 대학 강단과 외부 강연 무대에서 많은 학생들과 청중을 만나면서 깨달은 체험적 노하우다. 참견은 가급적 최소화시키고 참여는 가급적 극대화시켜 강의를 듣는 사람도 수동적 학습자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학습 참여자임을 각인시킬 때 코칭은 더욱 효과적인 자기 발견의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아래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의 이데아를 상징하는 《커뮤니데아》라는 책을 쓰면서 진정한 소통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가장 울림을 주는 소통은 상대방의 잠재적 가능성을 마중물과 같은 질문을 던져 내면에 잠자고 있는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와중에 코치의 ‘치’로 끝나는 말을 네이버로 검색한 다음 적정한 단어를 조합, 새롭게 만든 창작품이다.
❶코치는 상대의 마음을 ‘터치(touch)’하는 카운슬러(counselor)가 되어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 마치 나의 아픔인 것처럼 가슴으로 생각해 줄 때 마음과 마음은 아무런 꾸밈없이 만나 공감하고 공명의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 위에서 코치는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코칭의 탑을 쌓아나갈 수 있다. 코칭을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 당장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와 같이 공감해 달라는 것이다. 공감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 어루만져주는 터치에서 비롯된다.
❷코치는 상대의 속마음을 ‘캐치(catch)’하는 포수가 돼야 한다. 코치는 무엇보다도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다. 긴 말을 논리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와 함께 있다는 공존의 미덕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코치는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포착해서 고뇌하는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사람이다. 코치는 사람들마다 말하지 않지만 속마음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포착해 주는 사람이다.
❸코치는 자신의 ‘위치(位置)’를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내비게이터가 되어야 한다. 코치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놓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게 만든다. 내가 서 있는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코치는 지금 여기가 어딘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대답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유도해 준다.
❹코치는 상대의 ‘가치(價値)’를 같이 높여주는 삶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코치는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가치를 드높이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여기서 가치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딜레마 상황에 빠졌을 때 참고하는 판단 기준이다. 코치는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게 하고 무슨 일을 할 때 열정적으로 몰입하는지를 물어보면서 그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 같이 고민해 주고 함께 가치를 찾아 모색하는 삶의 파트너다.
❺코치는 생각의 ‘고치’에서 벗어나도록 조언해 주는 생각 망치로 변신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의 고치 안에 머물러 자신의 생각이 잘 못될 수도 있음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자각은 고치 밖으로 나와 자신의 생각을 실험해 봐야 알 수 있다. 코치는 생각의 고치에 머무른 고정관념과 타성에 물음표를 던져 자각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생각망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❻코치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매치(match)’시켜주는 매치 메이커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어울리는 일이 존재한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할 때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어울림에서 비롯된다. 코치는 저마다의 욕망을 포착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충족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면서 새로운 대안과 매칭시켜 주는 매치 메이커(Match Maker)이다.
❼코치는 몇 마디 건네면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눈치’ 9단의 소유자다. 코치는 누구보다도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다. 여기는 눈치는 잔머리 굴리면서 요리조리 계산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눈치를 잘 보는 코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하고 싶은 바를 먼저 포착하는 사람이며, 하고 싶은 애기를 구구절절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의도를 포착, 원하는 바대로 화제를 이끌어가는 눈치 9단의 소유자다.
❽코치는 스스로 영광의 ‘아치(arch)’를 쌓도록 도와주는 아키텍춰(architecture)다. 코치는 목적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거나 거기에 도달하는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내면에 품고 있는 성공의 진정한 의미,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행복에 대한 개념을 어렴풋하게 갖고 있다. 코치는 이런 막연한 생각들을 스스로 정리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치를 만들어나가도록 도와주는 건축가(architecture)다.
❾코치는 자신의 길을 찾아 ‘마치(march)’를 즐기도록 도와주는 숨은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코치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 지금 여기서 가장 잘 어울리는 현답을 찾아보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march)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숨은 조력자다.
❿코치는 운치(韻致) 있는 분위기 메이커로 역할변신을 거듭해야 한다. 코칭의 성패는 코칭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와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속 깊은 얘기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은 코칭이 이루어지는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한마디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코치가 보여주는 적극적인 경청 자세, 그리고 맞장구 쳐주는 코치의 피드백은 모두 코칭 분위기를 운치 있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코치가 발휘해야 될 중요한 역할이자 과제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수용될 것 같은 분위기는 코칭을 이끌어가는 코치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다.
“40대가 되면 그들은 작은 집착이나 몇몇 개의 속담을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은 자동판매기가 되기 시작한다. 왼쪽 주입기에 2수를 넣으면 은종이에 싸인 일화가 나온다. 오른쪽 주입기에 2수를 넣으면 물렁물렁한 캐러멜처럼 이에 달라붙는 듯한 귀중한 충고가 나온다(131쪽).”
- 사르트르의 《구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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