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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신철규 시인의 〈슬픔의 자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훌륭한 이론으로 할 수 없는,
힘없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문학으로 위로했던
고 황현산 평론가가 인용했던 시 구절입니다.


사랑을 잃고도 울지 않고
글을 썼던 기형도 시인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한 구절도
가을의 고독함을 고뇌하게 만듭니다.


관조적 사색.jpg


"무엇을 바라보려면 외로워야 한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프랑스 사진작가,
레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의 말입니다.
외로운 고독 속에서
깊은 사색의 샘물이 솟아납니다.


안개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배경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안개꽃 덕분임을
알아가는 고독한 공부가
이 가을에 더욱 깊어지기를 갈구합니다.


한 여름에도 뜨거운 용광로나
먼지와 폭염이 뒤섞이는 공사장,
작렬하는 태양이 온몸을 불 질러도
질펀한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맞이하는 가을의 의미를
앉아서 생각하는 내가 부끄럽습니다.


창백한 종이 위에
까만 무늬로 얼룩진 글을 읽으면서도
혀 끝에 매달린 눈물의 서글픔과 아픔을
읽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헛된 망상도 가져봅니다.


고통의 작업장에서 피땀 흘렸던
그들의 노고 덕분에
가을의 고독과 사색을 선물 받았습니다.
한숨과 한탄으로 얼룩졌던 지난날은 잊히고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결의가
가슴에서 물결치는 가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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