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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의 10가지 원칙

좋은 수업은 학습자와 함께 추는 멋진 한판의 춤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의 10가지 원칙:

좋은 수업은 학습자와 함께 추는 멋진 한판의 춤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다.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말이다.     

고장난명은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어미 닭이 달걀을 밖에서 쪼는 동작과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려는 

몸부림이 맞아떨어질 때

계란은 하나의 위대한 생명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안에 있는 병아리는 학생에 대비되고

밖에서 달걀을 쪼는 어미 닭은 

가르치는 사람에 대비된다.



안에 있는 병아리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밖의 어미 닭만 계란을 일방적으로 쪼면

달걀은 계란 프라이로 전락한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의 의지와 의도가

서로 맞아떨어질 때, 

즉 가르침이 배우려는 학습자의 몸부림과 만나는 

마주침이 절묘하게 이루어질 때

불꽃이 튀는 위대한 영감이 

배우는 사람의 영혼을 뜨겁게 달군다.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이라도 

학생들과의 마주침을 통해

창조적 불꽃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가르침은 깨우침이나 뉘우침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의 10가지 원칙     


①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며 토론할 자료를 

사전에 읽고 들어오도록 장려해준다.     

읽고 들어오지 않으면 토론할 재료가 없어지고

생각이 미천해지면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변방의 북처럼 관망하기 시작한다.     


②어떤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내도 

일리 있는 생각으로 존중해준다.     

모든 생각은 저마다 살아온 삶의 결론이다.

틀린 생각은 없다. 

다만 생각의 풍경이 다를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면

모든 생각은 저마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③우선 잘 들어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한다.     

남의 생각을 들어보기도 전에

또는 듣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끼어들어

그 생각은 틀렸거나 나와 다르기 때문에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④가급적 다양한 학생들의 다른 생각을 들어본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배경을 무대로 자라온 우주의 선물이다.

다양한 생각은 다양성의 산물이며

다양성은 다름과 차이 속에서 창조성을 잉태하는 원동력이다.     


⑤책에 나오는 이야기 말고 

자신의 체험적 교훈을 나누는 대화를 존중해준다.     

책이나 논문을 요약해서 발표하거나 

교과서적 설명에 치중하는 수업보다

책과 논문이 말하고 있는 논리에 비추어

자기 생각이나 체험적 깨달음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논의가

더 의미심장하고 배울 점도 많다.     


⑥일방적인 발표나 설명보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가장 재미없는 수업은 책이나 논문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해서 줄줄이 설명하거나 읽으면서 발표하는 수업이다.

이미 다른 학생들도 다 읽고 왔다는 전제하에

주어진 학습 자료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학습자로 하여금 다른 생각으로 

활발한 토론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생각의 단서를 던져주는 발표를 선호한다.     


⑦단점이나 잘못하는 점보다 

잘하는 장점이나 개성을 존중해주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할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자기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은 어쩔 수 없이 평생 내가 데리고 살아야 되는 애물단지다.


장점은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더 큰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보물단지다.     

단점은 관리해서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되지 않으면 되고

장점은 더 개발해서 그 분야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고무해준다.     


⑧무수한 개념을 나의 관점에서 재정의해보고 

재개념화(reconceptualization))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공부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위대한 생각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생각의 근원을 추적해서 왜 그런 생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연과 배경을 탐구해보는 데 있다.     


나아가 특정한 개념으로 사유하는 사상가들이

왜 그런 개념을 무슨 의도로 쓰기 시작했는지를 알아보고

나의 관점에서 기존 개념을 재정의하거나 

재개념화 시키는 공부를 하는 게 

진짜 공부의 핵심이다.     


⑨다양한 학자들의 다른 생각을 연결시켜 

일정한 관계로 구조화시키는 노력을 촉발시켜 준다.     

복잡한 생각은 아직 치열하게 사유하지 않았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나태함의 산물이다.

촌철살인의 지혜가 담겨 있는 단순함은

치열함의 산물이다.     


복잡한 생각을 단순화시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라고 아인슈타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다양한 생각과 개념과 원리를 하나의 관계망으로

도해시키거나 구조화시키는 연습은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 

진짜 공부의 핵심이다.     


⑩배운 내용을 내 삶이나 내가 고민하는 화두에 

적용시켜보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많이 배웠어도

그것을 내가 지금 고민하는 화두나

논문에 적용해서 반추하고 시사점을 도출해서

치열하게 고뇌하지 않으면 

그냥 좋은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파편화될 뿐이다.     


공부한 내용이 진짜 내 생각으로 정리되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의 결과를 내 삶에 적용해보고

그것이 나에게 던져주는 의미와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뇌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그저 좋은 남의 생각으로 뇌리에 야적될 뿐이다.     


늘 수업에 들어가서 발표를 듣는 가운데

수업 준비해서 들어간 자료들을 점검하고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순간적인 영감을 반영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새롭게 깨달은 교훈을 추가하면서.     

나에게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추는 

멋진 한판의 춤이다.


이번 주 수업과 다른 다음 주 수업은

이번 주와 다른 어떤 춤을 출 것인지를 생각하면

늘 설레고 기대가 된다.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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