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속의 긴장감이 생기고 새로운 의미나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심장의 급소를 건드리는 문장은 짧지만 의미는 길다:
충돌 속에서 긴장감이 생기고, 새로운 의미나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처럼 문장은 짧지만 의미는 깊고 길다. 짧은 문장은 군더더기 없는 '핵심'을 응축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심장함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보여준다. 마치 보석의 원석처럼 깎아낸 돌 속에, 빛나는 보석 하나가 짧은 문장이다. 짧은 문장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다 드러내지 않고 독자의 '상상력'이 싹틀 수 있는 여백과 여유를 준다. 일부러 빈 공간, 즉 '여백'을 남겨둔다. 독자는 그 여백을 자기 경험이나 생각으로 채우면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더 깊이 몰입하고 감동한다. 말이 끊긴 자리에, 별이 피어나네. 말이 멈춘 침묵의 공간, 즉 여백에서 독자의 상상력이 별처럼 피어난다는 의미다. 짧은 문장은 상반되거나 예상치 못한 이미지 두 개를 꽝! 하고 부딪히게 만들 때가 많다. 그 충돌 속에서 긴장감이 생기고, 새로운 의미나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뇌에 짜릿한 충격을 주는 문장이 짧은 문장인 경우가 많다. 얼음과 불꽃이, 한자리에서 춤춘다. 극과 극의 이미지가 만나 예상치 못한 강렬함과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짧은 문장은 소리 내어 읽을 때 특유의 리듬감과 소리의 반복이 느껴진다. 마치 짧은 멜로디처럼 귀에 맴돌고 기억에 오래 남아서 전달력도 높아진다. 바람의 속삭임처럼, 귓가에 맴돈다. 짧은 문장은 진실이라는 '급소'를 찌른다. 짧은 문장은 때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진실, 인간 본연의 감정 같은 '급소'를 정확히 찌른다. 복잡한 설명 없이 핵심을 파고들기 때문에 듣는 순간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깨달음을 준다. 꽃잎 스치듯, 심장의 급소를 건드리는 것처럼 부드럽고 짧은 움직임 같지만, 사실은 가장 약한 곳을 정확히 파고들어 큰 울림을 준다.
①뇌를 찌르는 명쾌한 문장
3초 내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은 짧아야 한다. 스크롤 시대일수록 짧은 문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짧은 문장을 쓰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수식어·접속사를 배제하고 '문장의 밀도'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군살을 빼듯 필요 없는 군더더기 말을 빼는 거랑 비슷하다. 문장의 뼈대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싹 없애버려서 가볍고 날씬하게 문장을 만드는 방법이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압축하면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꼭 필요한가? 이 단어를 빼도 의미가 통할까? 더 짧은 단어로 바꿀 수 없을까? 계속 자문하고 깎아낸다. 예를 들면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문장은 "미래는 어둠이었다"로 압축할 수 있다.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설명 대신 '미래=어둠'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로 상태를 압축했다. 훨씬 명확하고 와닿지 않은가. 뇌를 찌르는 명료성을 기르는 한 가지 방법은 힘센 동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다. 동사는 문장의 엔진이다. 약한 동사 대신 쾅! 하고 울리는 동사를 쓸수록 문장이 확 살아나 생동감이 넘친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에 "사뿐히 즈려밟고" '밟고'도 되지만 '즈려밟고' 하니까 뭔가 더 애절하고 그림이 그려진다. 동사 하나로 문장 전체가 전해주는 느낌이 확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짧은 문장을 쓰는 철칙 중의 철칙은 주어+동사를 중심으로 핵심먼저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주어+동사를 중심으로 쓰는 짧은 문장은 문장 하나에 생각 하나만 진술한다. 문장 하나에 이것저것 다 넣으려 하면 읽는 사람이 혼란스러워한다. 욕심부리지 말고 한 문장엔 하나의 핵심 생각만 담는 철칙만 지켜도 짧은 문장을 쓰는 힘이 길러진다. 어느 목욕탕 간판에 쓰여 있는 말,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라는 짧은 문장은 때의 중의적 의미를 통해 뇌를 찌르는 명료한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상반된 것들을 짧게 붙여 긴장감을 조성하고 깨달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나 개념을 짧은 문장 안에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충돌과 부조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긴장감이 생기고, 독자는 '어? 이게 왜 같이 있지?' 하고 생각하다가 깊은 의미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예를 들면 "고독은 붐볐다"는 문장은 '고독(혼자 있음)'과 '붐볐다(사람이 많음)'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엥?' 하게 되면서 긴장감이 생기고 곧 깨닫게 된다. 아, 사람 많은 곳에서도 극심한 고독을 느낄 수 있다는 거구나! 하는 깊은 울림과 무릎 탁! 치는 깨달음을 준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가장 시끄러운 침묵"이다. '시끄러움'과 '침묵'이 충돌하면서 물리적인 소리는 없지만, 그 침묵 자체가 어떤 강력한 메시지나 긴장감을 담고 있다는 걸 암시해 준다.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오가거나 갈등이 숨겨져 있을 때 쓰는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익숙한 것에 '낯선' 의미 부여하는 깨달음을 주면서 급소를 공략하는 방법 역시 뇌리를 공략하는 촌철살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개념이나 사물에 예상치 못한 의미나 정의를 짧게 내려버리는 방법이다. 들으면 '어? 맞네?'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는 혁신적인 짧은 문장 건축법이다. 흔히 생각하는 대상/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나 통찰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면 "실패는, 넘어지는 게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실패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넘어짐)을 깨고 '다시 시도하지 않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정의해 준다. 포기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짧고 강렬하게 알려주는 강력한 문장이다. 이런 기법들을 써서 짧은 문장을 만들면, 독자는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의 파편, 강렬한 이미지, 혹은 숨겨진 진실의 조각을 발견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짧지만 마음에 오래 남고, 곱씹을수록 더 깊은 의미가 다가오는 그런 문장이 되는 비법이 아닐 수 없다.
②감각적 리듬감이 살아 숨 쉬는 문장
박자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드럼 비트처럼 비슷한 음절 수나 길이의 짧은 문장들을 반복해서 쓰면, 안정적이면서도 통통 튀는 규칙적인 리듬감이 생긴다. 주어+동사 또는 주어+서술어처럼 간결한 구조의 짧은 문장을 연달아 사용한다. 예를 들면 "비 내린다. (4) 땅 젖는다. (4) 냄새 오른다"처럼 짧은 문장들이 비슷한 길이로 반복되면서 비 오는 풍경이 톡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느껴지는 리듬감이 살아난다. 감각적 리듬감이 살아 숨 쉬는 문장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호흡 단위별 음절 수, 예를 들면 3-5-7 박자 법칙 같은 음절 단위로 문장을 건축한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느껴지는 박자감인데 딱 정해진 숫자만 있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음절 수를 반복하거나 살짝 변형하면서 리듬을 타고 흐르도록 문장을 짓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시에 보면 "나 보기가 / 역겨워 / 가실 때에는" (4-3-5) 음절로 딱 떨어지진 않지만 비슷한 음절 수가 반복되면서 특유의 리듬감이 생긴다. 콕콕 찍는 비트 음악처럼 강렬한 단어를 특히 핵심적이거나 감각적인 단어를 짧은 문장 안에서 반복하면, 그 단어가 비트처럼 강조되면서 강렬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반복하고 싶은 단어를 문장의 앞이나 뒤에 배치하거나, 짧은 문장 자체를 반복한다. 예를 들면 "바람. 차가운 바람"처럼 '바람'을 반복하면서 단순한 사실을 넘어선 차가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짧은 문장에서는 특히 마침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침표는 문장의 끝을 알리면서 숨을 쉬는 공간, 즉 리듬의 '멈춤'을 만들어 준다. 이 멈춤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리듬 패턴을 만들어낸다. 짧은 문장 뒤에 마침표를 찍어 호흡을 끊어준다. 연속적으로 사용하면 긴장감 있는 리듬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왔다. 보았다. 이겼다"처럼 세 문장의 길이가 비슷하고 마침표로 끊으면서 힘찬 승리의 리듬감을 살려낼 수 있다. 가능한 짧은 음절 수의 단어를 선택하거나, 긴 단어 대신 짧은 단어로 바꿔본다. 예를 들면 "온다. 간다. 본다"처럼 은 동사들이 빠른 속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밤. 별. 바람"처럼 한 음절의 명사들 조합이 뚝뚝 끊어지면서도 인상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맛까지 오감을 풀가동해 이런 감각적인 단어를 쓰면 읽는 사람의 경험을 확 끌어들일 수 있다. 그냥 "바람이 불었다" 보다는 "싸늘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처럼 온도와 촉각을 동시에 문장을 쓴다. 그냥 "소리가 들렸다" 보다는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처럼 소리와 청각과 같은 구체적인 감각을 넣어주면 문장에 전해주려는 의미가 확 와닿는다. "빗방울이 타자기 소리를 낸다"처럼 촉각과 청각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감각적 이미지를 창출하는 문장이 임팩트가 높다. 감각적 리듬감이 살아 숨 쉬는 문장을 또 다른 방법은 소리가 들리는 듯 청각적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빗방울이 타자기 소리를 낸다"처럼 단어 자체가 소리를 흉내 내거나, 소리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해서 읽는 사람 귀에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법이다.ㅍ사물의 소리를 다른 것에 비유해도 문장의 감각은 살아 숨 쉰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땅을 울린다." "심장 소리가 북소리처럼 쿵쾅거렸다." 소리를 다른 감각이나 사물에 연결하면 더 독특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③맥락 폭발력이 꿈틀거리는 문장
맥락 폭발력이란 문장 안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드러나 있지 않고 구체적인 맥락에서 뭔가 의미를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단서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긴장감을 말한다. 맥락은 극도로 '미니멀'하게 정보만 제시할 때도 폭발한다. 최소한의 단어만 사용해서 핵심적인 상황이나 사실만 보여주면 독자는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 큰 맥락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긴장감 속에서 의미를 찾아 나선다. 예를 들면 "새벽 4시, 핸드폰 알람이 37개 걸려 있었다"와 같은 문장을 읽으면, 새벽 4시에 핸드폰 알람이 무려 37개가 있다는 암시가 불안한 서사가 압축되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상황이 전해주려는 의미가 무엇인지가 문장 속에 꿈틀거리면서 그 당시의 사건이 전해주려는 맥락적 의미에 대해 기대감을 폭발시킨다. 맥락적 의미가 폭발하는 문장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보이는 것' 하나로 '보이지 않는 것'을 대조시켜 암시하는 방법이다. 눈에 보이는 어떤 사물이나 행동을 딱 보여주면서, 그 뒤에 숨겨진 감정, 상황, 과거 이야기를 짐작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보여주었던 알람 37개가 이런 방법이다. "주머니엔 구겨진 영수증 한 장뿐이었다." 이 문장은 돈이 없다는 건가?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 흔적인가? 어떤 계획이 틀어졌다는 건가? 이 영수증 하나가 빈곤, 방황, 실패 같은 맥락을 암시한다. 맥락을 폭발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예상치 못한 '조합'이나 '대비'를 통해 의미를 암시하는 것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거나 반대되는 것들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부딪힘 속에서 긴장감과 새로운 의미,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복잡한 상황이 확 드러나게 만드는 방법이다. "햇살 아래 칼날이 빛났다." 따뜻하고 밝은 '햇살'과 차갑고 위험한 '칼날'이 대비됨으로써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위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폭력성 같은 맥락이 순식간에 폭발한다. 맥락적 의미가 폭발하는 문장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현재의 결여나 정지된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른다. 예를 들면 "먼지 쌓인 기타"라는 문장을 보자. 한때는 열정적으로 연주했을 기타가 왜 방치되어 있을까? 꿈을 포기했나? 주인이 떠났나? 슬럼프인가? 이 '먼지 쌓인 기타'는 좌절, 단념, 과거의 영광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주어, 서술어 등 필수 성분만 남기고 모든 수식과 부연 설명을 제거한다. 예를 들면 "문을 닫았다. 열리지 않았다"는 문장은 물리적으로 문이 안 열리는 걸 수도 있지만, 관계의 단절, 기회의 상실, 새로운 시작의 좌절 등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손. 떨렸다." 왜 손이 떨릴까? 두려움, 분노, 긴장, 추위... 어떤 특정 상황이나 강렬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진다.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면 짧은 문장으로도 독자의 마음속에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숨겨진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 수 있다. 너무 많은 걸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가장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조각' 하나만 딱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독자의 머릿속에서 그 조각을 중심으로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탐험과 발견의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헤밍웨이 스타일처럼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불안이나 긴장감을 표현하며 맥락적 의미를 상상하게 만드는 방법은 또 뭐가 있을까. 예를 들면 '불안하다', '두렵다' 같은 단어 대신, 긴장으로 인한 신체 변화를 보여주는 "손가락 끝이 떨렸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숨이 짧아졌다", “입술이 말랐다”와 구체적인 장면이나 맥락만 쓰고 거기에 담긴 감정은 독자가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주관적인 감정이나 생각은 빼고,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사실이나 상황만 덤덤하게, 짧게 나열하면 그 사실들이 모여서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그 분위기가 전해주려는 맥락적 의미는 폭발한다. "그는 서 있었다. 문은 닫혔다"와 같은 문장은 고립감이나 막막함을 암시하고 "시간이 흘렀다.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는 문장은 기다림이나 불안함을 상징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춰 있었다"는 문장은 전체적인 분위기보다, 불안감을 암시하는 특정 사물이나 현상을 짧게 포착한다. 독자는 이 문장을 읽고 시간의 왜곡이나 정지된 상황의 불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④역설의 화학반응이 폭등하는 문장
역설의 화학반응은 상반된 메시지나 이미지의 충돌로 신경회로가 뜻밖의 놀라움을 경험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문장이 탄생되는 과정이다. "차가운 커피처럼 뜨거운 눈물"과 같이 상반된 두 개념이나 이미지를 '하나'로 묶을 때 역설의 화학반응은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반대되는 개념이나 이미지를 짧은 문장 안에서 마치 하나인 것처럼 묶어버리면 독자는 이 충돌을 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고 긴장감을 갖고 의미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찬란한 슬픔의 봄" '찬란함(기쁨)'과 '슬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봄'이라는 시간 속에 묶었다. "가장 시끄러운 침묵"처럼 소리 없는 '침묵'을 가장 소리가 큰 '시끄러움'에 비유하는 순간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안에 억눌린 분노, 외침, 혹은 고요함 속의 극도의 긴장감이나 폭풍이 숨어 있음을 암시한다. '부재'나 '결여'를 통해 '존재'를 강조하는 과정에서도 역설의 화학반응은 순간적으로 폭등한다. 뭔가 없거나 비어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오히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강력하게 존재했는지 느끼게 만드는 마법의 짧은 문장 구축법이다. "그의 빈자리만이 방을 가득 채웠다." '빈자리(없음)'가 방을 '가득 채웠다(존재)'는 역설! 사람이 없는데 오히려 그 부재가 너무 커서 방 전체에 그 사람의 존재감이 느껴진다는 상실감과 그리움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익숙한 개념을 '낯선 방식'으로 정의하는 과정에서도 역설의 화학반응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개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 내리거나 설명하는 순간 '어?' 하게 되면서 생각의 틀이 깨지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가장 빠른 길은 돌아가는 길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상식과는 반대로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거나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길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감각이나 상태의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웃음 속에 감춰진 비명"처럼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역설(易說)을 역설(力說)하고 있다. "얼어붙은 열정"처럼 뜨거워야 할 '열정'이 '얼어붙었다'는 표현! 마음은 뜨겁게 무언가를 원하지만 현실의 벽이나 좌절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혹은 식어버린 꿈을 나타낼 때 쓸 수 있는 문장이다.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는 상태(정적)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태(동적)를 한 문장 안에 함께 보여주면서 역설적인 긴장감을 만드는 방법도 역설의 화학반응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다. "고요가 폭발했다"는 문장처럼 '고요(정적)'가 '폭발했다(동적)'는 역설! 평화롭고 조용했던 상황이 갑자기 깨지면서 엄청난 사건이나 변화가 일어났음을 암시한다. 온도, 색깔, 소리, 맛, 냄새 등과 같은 감각을 충돌시키는 직관적인 방법도 역설의 화학반응을 암시하는 강력한 문장을 창조할 수 있다. "차가운 미소"처럼 한 대상에 대해 정반대의 감각 형용사를 붙이거나, 감각을 느끼는 상황을 상반되게 묘사한다. 미소는 보통 따뜻하거나 부드러운 감정 표현인데 '차가움'을 붙였어. 진심이 없거나 비웃는 듯한 섬뜩한 느낌, 또는 슬픔을 애써 감추는 모습 같은 다양한 상상을 유발한다. "고요한 질주"처럼 시끄럽고 요란해야 할 '질주'가 '고요하다'라고 표현함으로써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엄청난 속도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나 은밀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일을 표현할 때 좋은 안성맞춤의 문장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개념과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단어를 대비해서 제시할 때도 역설의 화학반응은 멈추지 않는다. "잔인한 친절"처럼 보통 긍정적인 의미의 '친절'에 부정적인 '잔인함'을 붙였다.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사실은 상대방을 조종하거나 상처 입히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때, 또는 지나친 친절이 오히려 부담스럽거나 고통스러울 때 쓰는 강렬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⑤비유로 사유를 비약시키는 문장
붙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는 시간의 속성을 “시간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라고 직유법을 사용했다. “시간은 흐르는 물이 아니라 쌓이는 먼지”라고 하면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흔적을 남기고 쌓여가는 과거의 무게를 표현하는 은유법의 문장이다. 떨쳐내려 해도 계속 따라다니는 외로움을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라고 직유법을 사용하면 전달의 임팩트가 높아진다. “관계는 깨진 유리 조각”이라는 은유적 문장은 한번 깨지면 온전히 붙이기 어렵고, 만질 때마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아픈 진실을 촌철살인의 비유로 사유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관계는 모래성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운 관계의 속성은 은유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은유의 본질은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다”(p.24). 조지 레이코프와 M. 존슨의 《삶으로서의 은유》에 나오는 말이다. 관계를 깨진 유리 조각이나 모래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추상적인 의미가 구체적인 일상 언어로 다가와 꽂힌다. 비슷한 맥락에서 “은유는 대상의 삼킴이다. 대상을 삼켜서 다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31쪽)고 장석주 시인의 《은유의 힘》에서 은유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주장이 나온다. 관계가 깨진 유리조각이나 모래성으로 들어가면서 관계의 의미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비유를 사용하면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의미가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준다. “은유는 일상언어에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현실의 장을 발견하고 열어 밝혀주는데 기여한다.” 프랑스 철학자 리쾨르가 한 말이다. 은유는 원관념이 지니고 있는 추상적인 의미를 알기 쉽게 설득하기 위해 구체적인 보조관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메타포는 세상의 별명을 지어주는 일입니다.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놀이지요”(33쪽).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에 나오는 말이다. “지혜는 오래 묵은 장독대”라는 은유는 시간과 경험이 쌓여 깊어지고 발효된 무언가를 의미하는 지혜의 다른 이름, 즉 별명이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사물에 비유하는 은유나 직유만 잘 써도 짧은 문장을 통해 의미를 심장에 꽂을 수 있다. 사랑, 슬픔, 진실, 시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우리가 잘 아는 만질 수 있고 때로는 아프거나 날카로운 사물에 빗대는 방법이다. 그럼 그 추상적인 개념이 갑자기 현실로 확 다가오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진실은 칼날이다." 진실이 얼마나 차갑고 때로는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칼날에 비유해서 팍! 꽂히게 만드는 은유법 문장이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다. 직유법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그의 말은 유리 조각처럼 박혔다." 말로 인한 상처가 얼마나 아프고 날카로운지 '유리 조각'에 비유해서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아픈 감정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각인시킨다. 크고 중요한 개념은/는 작고 평범한 사물이나 현상에 비유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희망은 먼지 속의 한 줄기 빛"이라는 은유법 문장이다. 크고 대단한 '희망'을 보잘것없는 '먼지 속의 작은 빛'에 비유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주 작은 희망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인생은 낡은 운동화 한 켤레다." 복잡한 '인생'을 '낡은 운동화'에 비유했다. 투박하고 멋은 없지만 오랜 시간 함께하며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어쩌면 상처도 있지만 가장 나다운 모습이라는 의미가 느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은 낡은 서랍장”이라는 은유법은 겉은 허름해도 그 안에 추억, 비밀, 잃어버린 희망 등 온갖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의미다. 비유는 '모순되거나 상반된' 이미지가 결합할 때 의미가 폭발한다. 비유 대상과 보조 관념이 서로 모순되거나 반대되는 경우다. 이 충돌 속에서 역설적인 진리나 숨겨진 의미가 드러나면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하나의 공식으로 표현하면 (개념)은/는 (그 개념과 상반되는 이미지)이다. 예를 들면 "침묵은 비명이다"라는 문장에는 소리가 없는 '침묵'을 가장 시끄러운 '비명'에 비유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안에 억눌린 고통이나 외침이 있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마음이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이 문장에는 보통 마음은 녹으면 따뜻해지는데, '얼음처럼 녹아내렸다'는 표현을 써서 오히려 차갑게 굳어버리거나 무너져 내리는 절망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스스로 비유를 만들 수 있는 것만이 나의 앎이고, 내가 아는 것만이 나의 삶이에요. 남이 만든 비유를 사용하는 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아요(p.160).”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에 나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 비유를 개발하려고 노력할 때 놀라운 사유의 혁명이 일어나고 아픈 상처도 치유된다. 비유는 결국 치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