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강의는 함께 끌고 가는 협의(協議)다
지난 학기 강의 평가에서 학부와 대학원 모두 1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한 과목도 아니고 두 과목을 모두 100점을 받은 것은
난생처음입니다. 더 낮은 자세로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미덕을 가꾸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진정한 강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면서
이상적인 강의의 방향을 7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최고의 강의는 함께 끌고 가는 협의(協議)다
일곱 색깔 무지개가 피는 행복한 강의의 7가지 비결
강의는 열정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열의(熱意)이자 정성껏 대하는 성의(誠意)이며, 모든 것을 의문시하며 던지는 질의(質議)이자 함께 의미를 찾아보는 토의(討議)다. 강의는 개념과 이론의 숨은 의미인 함의(含意)를 찾아서 깊이 사색하며 생각해보는 숙의(熟議)이며 다양한 이슈를 자유롭게 논의(論議)하며 함께 합의(合意)에 이르는 상의(相議)다. 강의는 어떤 아이디어도 제안하는 건의(建議)이자 함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결의(決意)이며 서로 간에 믿음을 보여주는 신의(信義)이자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경의(敬意)다. 마지막으로 강의는 기존 개념의 새로운 정의(定義)이자 나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재개념화시키는 창의(創意)다.
①강의는 열의(熱意)이자 성의(誠意)다.
강의는 가르치는 사람의 열의와 배우는 사람의 열정이 만날 때 한 판의 멋진 춤이 된다.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고 다양한 가능성의 여지가 있음을 알려주는 뜨거운 의지가 있는 수업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판명 나지 않는다. 진정한 강의는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attitude)가 학생과 함께 성취할 수 있는 높이(altitude)를 결정한다. 곧 태도(attitude)가 곧 높이(altitude)를 좌우한다. 이 말은 강의는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강의에 임하는 사람의 성의(誠意)가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②강의는 질의(質疑)이자 토의(討議)다
강의는 일방적 설명과 강요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이다. 배우고자 하는 내용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이 왜 그런지, 지금도 여전히 유의미한지, 왜 그것이 진리로 인정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지고 물어보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토의다. 의심을 넘어 의문을 품고 질의하고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직선 주로보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토의가 진정한 강의의 나아갈 길이다.
③강의는 함의(含意)이자 숙의(熟議)다
강의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개념이나 법칙, 원리나 이론을 깊이 생각해보고 사유하는 가운데 깨달음의 즐거움을 맛보는 지적 향연이다. 함의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감추고 있는 의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지 않으면 본질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복잡하고 난해한 내용도 많다. 강의는 함축적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고 의미의 껍질을 깨고 파고 들어가 깊이 생각해보는 숙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통찰의 언덕을 넘어 발견과 창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④강의는 논의(論議)이자 상의(相議)다
강의는 한 사람의 정설을 그대로 따라가며 암기하고 각인하는 내면화 과정이 아니다. 진정한 강의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금 여기서 가장 최적의 해결 대안이 무엇인지를 다른 관점으로 논의하고 상의하는 과정이다. 강의는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사전에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매진하는 행진이 아니다. 진정한 강의는 어떤 논제도 논의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의 시의 적절성이나 효과성을 합의를 통해 도출해나가는 과정이다.
⑤강의는 건의(建議)이자 결의(決意)다
강의는 언제나 끝이 없는 영원한 미완성 교향곡이다. 오늘 여기서 마친 끝 지점에서 다시 다음 시작이 이어진다. 지난 강의 때 느낀 부족한 점이나 개선할 점을 수시로 건의할 수 있다. 강의하는 학생과 함께 만들어가는 협주곡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의 일방적인 권위로 결정하기보다 학생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로 하여금 결정해서 의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 과정이다. 어떤 건의 사항도 수용해서 더 좋은 강의를 위해 의사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의 강의가 될 수 있다.
⑥강의는 신의(信義)이자 경의(敬意)다
강의는 미지의 세계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떠나는 여정이다.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공통의 주제를 갖고 저마다의 관심과 노력으로 찾아가는 자율 여행이다. 하지만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서의 강의는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굳게 믿고 신뢰하는 가운데 더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강의는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대한 신의를 바탕으로 함께 도달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경의(敬意)다. 신의와 경의가 없는 강의는 강제적으로 의도를 주입시키는 세뇌일 뿐이다.
⑦강의는 정의(定義)이자 창의(創意)다
강의는 기존 개념을 그대로 인정하고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방법이 아니다. 강의는 익숙한 개념을 낯설게 정의하는 가운데 새로운 인식 지평을 확장하고 인식 깊이를 심화시키는 활동이다. 책에 나오는 남의 정의를 그대로 암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진정한 창의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개념의 정의를 나의 방식으로 다시 정의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정의를 바꾸서 생각해보는 강의가 창의로 이끌어가는 견인차인 셈이다. 창의적인 강의일수록 개념 정의를 다시 내리는 노력을 통해 자기만의 신념을 형성하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