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것
돌 줍기와 산책이 끝난 뒤, 아빠와 엄마가 바베큐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는 밖에서 더 뛰어놀 줄 알았는데, 잠깐 텐트 안으로 들어가더니 책과 연필을 꺼냈다. 매일 해야 하는 학습을 스스로 정해두는 아이는 글램핑에도 그 분량을 가져왔다.
바깥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들어오는 동안 아이는 바닥에 엎드려 조용히 손을 움직였다. 그 자세는 낯설지 않았다. 장소가 바뀌어도 원칙은 이어지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한참 보았다.
마음이 두 갈래로 갈렸다. 대견함이 먼저 왔다. ‘스스로 한다’는 말이 이렇게 조용한 모양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곧 질문이 따라왔다. 아이가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이 원칙을, 나는 어디까지 지켜줘야 할까. 휴식까지 과제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그때도 나는 ‘자기주도’라는 말로 아이를 밀어줄까.
아이의 원칙이 쉼까지 품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은 칭찬보다 여백을 먼저 남기고 싶다. 나는 아이의 공부를 ‘증거’로 만들지 않으려 한다. 여행지의 조용함은 성취가 아니라 생활의 결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 결이 무너지지 않게, 곁에만 있기로 한다.
칭찬 대신 여백을 남기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