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아이의 시간이 왔다

불 앞에서, 타이밍을 배우는 밤

by 에디터 K

고기를 굽고 난 뒤, 아이의 시간이 왔다. 아이는 마시멜로 꼬치를 들고 불 앞에 섰다. 가까이 대면 금세 타고, 멀리 두면 끝없이 기다려야 하는 거리였다. 아이는 발끝으로 한 번, 손목으로 한 번, 자기 위치를 가늠했다. 불이 세게 올라오는 순간엔 한 발 물러났고, 열이 잦아들면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그 사이 손목의 각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정도면 괜찮은지’를 몸으로 찾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짧은 조정이 마치 아이가 자기 속도를 스스로 맞추는 연습처럼 보여서, 괜히 한 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마시멜로가 사르르 내려앉는 순간을 아이가 먼저 알아챘다. 겉은 살짝 갈색이 되고, 속은 말랑해지는 때였다. 아이는 꼬치를 잠깐 멈춰 들고, 색이 변하는 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돌렸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이상하게도 서두르는 모습이 아니었다. 기다리되, 놓치지 않는 방식이었다.


아이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엄마와 아빠에게도 하나씩 건넸다. 자기가 만든 달콤함을 ‘선물’처럼 내미는 손이었다. 그때 나는 ‘잘했다’보다 ‘같이’가 먼저 보였다. 아이의 즐거움은 혼자만의 만족으로 끝나지 않는 편이었다. 만들고, 기다리고, 나눠주는 과정에서 아이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내가 받은 건 맛보다, 아이가 내 쪽으로 기울이는 마음이었다.


나는 가끔 아이에게 무엇을 더 시켜야 하나, 무엇을 더 챙겨야 하나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장면 앞에서는 그 질문이 잠깐 멈췄다. 아이가 집중하는 방식이 성과를 향해 달리는 모양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천천히 완성되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건네준 마시멜로는 달았지만, 내 마음에 남은 것은 아이가 불 앞에서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아이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나는 자주 잊는다.


나는 아이가 고른 타이밍을 칭찬으로만 마감하지 않으려 한다. “잘했어”보다 “어떤 맛이었어?” 같은 질문이 아이의 즐거움을 더 오래 살릴 때가 있다. 아이가 기다린 시간까지 같이 받아먹는 편이, 더 오래 남는다. 아이의 손에서 건네진 것은 마시멜로가 아니라, 같이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 줄 노트

아이의 기다림까지 같이 받아먹는 밤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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