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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차오르는 위기

류성민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기후생태위기는 인류가 맞이한 재앙 중 가장 강력하고도 은밀하며 지속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리고 모두에게 동시에 다가온 것이 아닌, 가장 약한 곳부터 쓰러뜨려 가며 다가왔다. 기후위기는 아마 동물과 식물 등 다른 생태계에서는 똑같이 다가왔겠지만, 인간에겐 재난마저도 불공평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이 우리가 더욱 열심히 행동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비록 미래에 나와 우리가 살기 위해서도 행동해야 하고, 내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행동해야 하겠지만, 또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이유는 재난마저 정의롭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인 것 같다.


   지금의 세상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사회에서의 책임이, 그리고 어쩌면 잘못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위기와 위험에서 가장 거리가 멀다. 반면에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없고 가장 연약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위기와 재난을 맞아 끊임없이 죽어간다. 이런 상황을 보고는 불평등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불평등, 부정의… 우린 이런 것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는 사회가 아닌,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고,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여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나의, 우리의, 세상의 목표여야 할 것이다.


   비록 인간이 혼자서는 나약할지 몰라도 사람과 사람이 모여 모든 인류가 노력한다면, 모두가 함께 행동한다면 이 정도의 기후생태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스스로를 위한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위기란 인간이 함께하지 못해서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때가 진짜 위기이기에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딱히 현실적이지 않다. 나의 이상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이상은 저렇게 희망적일지 몰라도 현실은 절망에 가깝다. 일어나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누워있고 싶고, 움직여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멈춰있고 싶고, 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포기하고 싶다. 기후위기라는 것을 외면하고 싶고, 무시하고 싶고, 지나치고 싶다. 나에겐 아직 위험하지 않으니까. 잊고 지내면 편하고, 없는 듯 지내면 편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편하니까.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더욱 힘들다. 내가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혼자였다면 나는 나약함에 짓눌려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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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이름은 류성민, 만 16세 청소년이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안학교를 다니는 것 정도인,

크게 보편적이지도 상대적이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중학교 후반에 들어서 기후위기 및 사회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이후 여러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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