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늘에 닿은 우리의 목소리

류성민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기후위기는 나의 행동 속에서 혹은 여러 상황 속에서 나에게 인식된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년 여름에 일어난 대홍수, 그리고 924 기후정의행진이다. 하나는 매우 큰 절망을, 다른 하나는 희망과 어쩌면 또 다른 좌절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 글에서 약간의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던 924 기후정의행진에 대해 써내려 가려고 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시위들과 행동을 경험했었지만 924 기후정의행진만큼 긴장과 기대를 한 적은 없었다.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행진에 함께했고 모두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함께한 3만 5천 명, 개인 개인마다 생각은 달랐겠지만, 그 모든 생각은 하나의 커다란 목적과 목표를 품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 그 목표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다는 것이, 내가 느끼기에 아마 이것이 가장 의미 있고 흥미로웠던 점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정도 규모의 연대감을 경험해 보지 못했었고, 그랬기 때문에 새로움과 뿌듯함과 같이 희망이 솟아났다.


   그렇게 희망이 생긴 만큼 좌절도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소리내어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후 그 어디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없었기. 사실 시위 하면서 큰 변화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 우리 삶 내에서는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 학교, 시위에 동참한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변화한 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고도 절망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광화문 광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때, 즉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할 때였다. 감회가 정말 새로웠다. 열심히 행진하다가 모두가 광화문 앞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자 온몸의 열기가 땅으로 빠져나간 듯했고, 행진하면서는 보지 못했던 맑고 파란 하늘에 우리의 목소리가 닿을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날이 아니었으면 언제 광화문대로에 누워 볼 수 있을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였을 것 같다. 아마 924 기후정의행진을 하고 나서 내가 느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희망,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지금도 위기이지만 미래에는 아마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러나 924기후정의행진 때도 느꼈듯이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고, 우리는 희망이 있는 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행동하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고, 지금처럼 내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정말 칠흑같이 어두운 미래가, 반대로 지금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그나마 희망찬 밝은 미래가 올 것이다.


   나의 바람일지 추측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서로가 절망하기 시작할 때, 우리 스스로 포기하고 싶어질 때, 모두가 마지막 힘을 짜낼 수 있다면 어느 순간 조용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마치 불꽃처럼 함께 타올라 아주 극적으로 극복해 나갈 것 같다.


-

류성민


이름은 류성민, 만 16세 청소년이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안학교를 다니는 것 정도인,

크게 보편적이지도 상대적이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중학교 후반에 들어서 기후위기 및 사회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이후 여러 활동을 해왔다.

작가의 이전글 인류세*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