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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올려다보면

햇거부기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구름 없는 하늘

오늘은 맑고 맑아 어쩌면 저 먼 곳까지 보여,

풀들이 햇살에 빛을 내다,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스락거리는 흙에 사뿐사뿐 걷다가,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지럽혀 손을 올려서야,

다시 내가 마주한 바람이 보이는 날


이런 날에 웃을 줄 모른다면,

이것에도 미소 지을 수 없다면

지나가며 보는 잔디라도 조심히 밟을 것!


비가 쏟아져, 바지 밑단이 젖어, 발목이 찝찝한 날

질척거리는 흙냄새가 코끝까지 쫓아온 듯한 날

소매 밑단에 자꾸만 빗방울이 떨어져,

탈탈 털어낸 손까지 젖어버린


신발에 진흙이 집까지 쫓아옴에,

짜증 내지 않고

젖어버린 머리는 조금 눅눅해진 수건으로

옷은 새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음에


비 냄새 맡으며 하루를 보낼 수 없다면,

빗소리가 배경음악이 될 수 없다면,

젖어가는 흙에 불평한다면,

비를 마중 나온 지렁이를 조심히 피해 갈 것!


우리가 마주한 자연과 날씨에

날파리와 개미에

하루라도 미워해 봤다면


오늘은

가벼워진 지갑을 슬퍼하지 말고

가벼워진 생명의 무게에 슬퍼해 보고

무거운 어깨가 짓눌려도 걸어보고

버겁더라도 서로 한 번 더 웃어줄 것!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오늘은 그런 날


-

햇거부기


아스팔트 틈 사이 피어난 민들레가 우리가 자연을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시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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