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수단상 8

파도소리

by 기영

2025년 3월 4일


기영 에세이_파도소리 (2).jpg
기영 에세이_파도소리 (1).jpg
기영 에세이_파도소리 (3).jpg


출근길에 갑자기 파도소리가 들렸다. 상가 계단에 걸려있던 커다란 공업용 비닐이 바람에 펄럭이면서 난 소리였다.


작년에 다녀온 호주의 본다이 해변(Bondi Beach)이 떠올랐다. 끊임없이 파도치는 해변과 끝이 안 보이는 넓은 바다를 보며 나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내 삶의 끝은 어디에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백수 생활을 즐길 때도, 다시 취업을 준비할 때도, 파도소리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몰아쳤다.


작년 12월 다시 취업을 하고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니 벌써 3달이 흘렀다. 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그 파도소리는 나도 모르는 새 그쳤다.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잊었나 보다.


오늘 아침에 들은 그 소리는 비닐의 펄럭임이 아니었다. 분명 파도였다. 몇 달 동안 내 마음을 헤집었던 소리. 나의 삶은 어디로 향해하고 있는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백수단상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