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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단상 9

잘 잠

by 기영

2025년 3월 19일


저는 잠을 잘 못 잡니다.

잠에 잘 들지 못해서 뒤척이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수면 품질이 좋지 않아서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은 날도 많습니다. 그 와중에 수면 시간은 지켜줘야 해서요, 하루에 최소 7시간은 자야 합니다. 참말 깐깐하죠. 한번 잠에 들면 누가 업어가도 잘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긴 합니다. 하지만 깊은 잠을 자는 것과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규칙적으로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만 잠이 늘 부족한 느낌입니다. 아침에도 일어나는 것도 참 힘듭니다. 알람을 맞추고 스마트 전등으로 아침에 방을 환하게 밝혀보아도 잘 못 일어납니다. 천하장사도 눈꺼풀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잠은 참 강력합니다.


잠을 도피처로 삼았던 적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교우관계가 잠시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맨날 잠만 잤죠. 학교에서 수업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고 잠을 잤습니다. 그렇게 몇 주 몇 달을 지내다 보니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공부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삶이 망가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도피를 위해 선택한 잠이었지만, 저를 옭아매는 족쇄가 돼버린 것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주 매운 민트 사탕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가 시릴 정도의 찬물을 마셨습니다. 민트 사탕을 먹은 직후 찬물을 마실 때의 고통스러운 화함. 화함 덕분에 잠에서 깰 수 있었습니다.


아침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라클 모닝을 목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월 중순,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잠들고, 어쩌다가 어두컴컴한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일찍 잠에서 깬 적은 간혹 있지만, 그날은 기분이 달랐습니다. 왠지 집에서 나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침운동을 갔습니다. 유산소를 40분가량 하고 출근했습니다. 그날은 잠을 잘 잤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또 새벽에 깼어요. 그래서 또 아침운동을 갔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하고 나니,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아침 운동을 했습니다. 물론 못 간 날도 있고, 늦잠 잔 날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예전보단 나았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나는 자야만 해. 양질의 수면을 취해야만 해. 그렇지만 못 일어나면 어떡해? 폰도 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은데. 자는 시간이 아까워. 잠자리가 불편하고 덥고 춥고 습하고 건조해.


이런 생각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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