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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eyview Mar 03. 2020

걸음과 가족의 연관성

<걸어도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바닷마을다이어리>

1. '함께 걷는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방향을 향해 엇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함께 걷는 일이 곧 똑같은 보폭과 걸음걸이로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는 이들의 걸음을 일컫지는 않는다.

가족은 '묶이어' 있다. 그러나 그들을 묶는 힘은 영원하지 않으며, 그들은 끈끈한 점성으로 엉키어 있지도 않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에 가려진 낱낱의 사람을 묘사한다. 냉랭하면서도 따듯한 그의 시선은, 가족을 향한 수많은 이미지들이 '신화였음'을 지적해낸다. 그러나 동시에 이 관계의 찰기를 지우지도 않는다.


고레에다가 응시하는 가족이란 '오해로 뭉쳐진 관계, 그러나 그것이 오해였음을 이해할 수 있는 관계'였다. 저마다의 시선과 리듬으로, '이 순간'의 '길'을 함께 걷는 이들.


2. 가장 최근에 본 <바닷마을다이어리>의 여운을 다듬으며. 이 영화가 가장 좋았던 것은, 가장 위태로운(워 보이는) 구성원들이, 가족 간의 찰기가 무엇인지를 오롯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서로 다른 딸들로만 구성된 이 가족. 영화는 부모들의 울타리를 상실한 딸들, 그리고 곧 남편의 울타리로 편입되어야 할 것 같은 이 여성들이 어떻게 가족의 견고함을 구성해가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이 되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도 타인이라는 사실을 시인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이 예외적 가족이 서로 타인임을 인정하고, 각각의 타인이 지닌 기억과 마음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그린다. 스크린에는 가족 간의 끈기 대신 찰기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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