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2차 텍스트를 애정하는 나로서는 정말 흥미로웠던 전시. 공연을 담은 사진작가들. 연극, 뮤지컬, 무용, 페스티벌 등 각양각색의 무대예술들을 찰나의 이미지로 담아내는 각각의 작가들은 개개의 빛나는 시선을 가졌다.
1차 텍스트에서 파생되었다는 이유로, 2차 텍스트들은 늘 다채로운 예술 논쟁에 끼어들 자격조차 얻지 못하지 않았나. 태어난 순간부터 예술임을 입증하기 위하여 지독한 자기증명을 요구받지 않았나.
현장성의 예술로 불리는 공연은 시공간을 향유한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다. '지금, 여기'의 예술 중 한 조각을 담아 기록의 예술로 바꾸는 것은 온전히 사진작가의 영역. 무대예술은 세계를 선별하여 재현하는 작가의 눈을 필요로 한다. 공연 사진 또한 그들이 구성한 세계를 선별하여 재현한다. 또 다른 작가의 눈이 빚어내는 작업이다.
두 예술에 대한 예술적 가치의 구분선이 필요한가. 흐르는 예술을 기록한 예술. 기록된 찰나는 자신을 파생시킨 1차 텍스트를 '다시' 볼 수 있게 한다. 이때의 '다시'는 재회의 의미와 재해석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또한 이 '다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한 예술성을 가진다. '다시'를 거치지 않는 예술 작품은 없으며, '다시'의 과정은 우리가 예술을 탄생시키며 지지하게 만든 전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