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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Jun 17. 2017

시작과 끝 그리고 순환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스무살때인가 십대후반때인가 나를 쫒아다니는 중2병 걸린 소녀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이런말을 썼다.

'이 세상에 영원한건 없어...'

당시에 그 말을 듣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구도 태양도 지금 내 앞에 있는 플라스틱병도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사라질테니 맞는 말이다. 당시에는 더 깊은 생각은 하지 못한채 염세적인 세계관정도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허무한 인생이여!!!"


그 이후 나를 놀라게 했던 말이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단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있긴 하지만 막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앞에선 어른들도 속수무책인 것은 마찬가지일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에서 청소년,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절실히 깨닫는 진리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좋은 친구를 사귀었는데, 내 멘토를 드디어 만났는데, 너무 사랑스러운 애인을 만났는데 언젠가는 헤어질것이라니 완전 초를 치는 악담이 아니던가.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그 말이 맞다. 인정하기 싫지만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라는 책을 2년전에 읽고 얼마전에 그 형제격이라 할 수 있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을 보고있다. (원래 독후감은 책을 다 보고 난 후에 쓰는것이 일반적이라면 나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중요한 메세지를 몸으로 그냥 느낄뿐이지 그것을 총정리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책 중간에 갑자기 무슨 연관된 에피소드가 떠오르면 그것을 바로 연관지어 정리해보기로 했는데 훨씬 나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골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하는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씨는 빵의 발효와 부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돈이 부패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부패하지 않는 (썩지않는) 돈은 자연의 시각에서 보자면 모순이자 인간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패란 썩어없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소유의 관점에서는 지양되어야 할 현상이지만 인간의 삶과 거시적인 면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고 오히려 새로운 탄생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영어단어로는 Start over(처음부터 다시시작)이 있다. 이렇게 멋진 명칭이 있다는것조차 모른채 나는 본능적으로 그런 패턴의 삶을 살아왔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많은 '끝맺음'들은 더 나은 '시작'을 항상 만들어냈다. 어딘가의 끝 언저리쯤에 가면 막상 두렵고 아쉽고 늘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서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터널의 끝 다음엔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곤 했다. 그런점에서 무언가를 용기있게 관두고 무언가를 저지르고 힘을 합쳐서 대안을 궁리해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사람은 어느나라 사람이건 나랑 알던 모르던 항상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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