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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Oct 23. 2021

나의 두 번째 서울

한강

내가 다니게 된 회사는 1월부터 3월까지가 ‘야근 기간’이라 불리는 가장 바쁜 기간인데, 12월 말에 입사한 나는 본격적인 야근 기간에 돌입하기 전까지 약 10일 동안 회사와 서울에 적응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흘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고, 2021년이 되었다. 다시 시작하게 된 서울의 삶이 이전과는 다르길 기원하러 한강으로 일출을 보러 갔다.

그리움이 좋아하는 마음의 증거라면 한강은 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자 국내에서 가장 애정을 가지는 곳이다. 세상의 모든 땅을 밟아 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내 발로 거닐어 본 모든 장소에서 한강을 떠올렸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한강은 감히 세계에서, 아니 우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아마 한강이 있어서 그토록 나는 서울을 좋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바다도, 호수도 아닌 강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유달리 나는 한강에 집착한다.

동경해 마지않던 도시의 경계를 고요히 가르는 공간인 한강은, 바득바득 서울로 올라와 온통 휘청거렸던 이십 대의 내가 외로움과 고독의 경계를 분리하고자 찾던 장소였다. 혼자 있어도 결코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던 곳.

서머싯 몸은 <달과 6펜스>에서 고향이란 태어난 곳이 아니라, 마음이 아늑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 진정한 고향이며, 그곳에서 향수를 느끼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태어난 게 아닐까.

한강을 바라보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한강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내 많은 것들을 포기해도 괜찮을 것만 같았으며,

한강이 있다면 다른 모든 땅이 주저앉고, 모든 물이 말라버려도 왠지 나는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의 서울은 온통 한강이다. 이곳에서만큼은 혼자인 것도 잊고, 현실도 잊은 채 이곳에 속해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꽉 찬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  세상의 중심인 곳에서 새해 일출을 바라보며 다시 시작하게  서울에서의  해가 무사하길, 진심으로 행복할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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