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해서
M: 요새는 무슨 생각 제일 많이 해?
H: 생각? 음... 말을 적게 하고 싶다, 되도록 안 하면 더 좋겠다, 이런 거?
M: 왜?
H: 말이라는 게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게 아니잖아. 발화와 동시에 분해되니까. 그래서 다들 말을 쉽게 하는 것 같아.
뱉은 말은 사실 사라지는 게 아닌데. 내가 잊었다고 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매일 새 숨이 붙을 수 있는 건데, 우린 그걸 자꾸 잊어. 또, 삶에 필요한 말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게 좋은 건지, 옳은 건지도 모르겠고. 해야 할 말은 분명히 해야겠지만...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돼.
인터넷 창만 켜도 여기저기 사과문이 수두룩한데, 사과로 지워낼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도 해. 어려워서 계속 생각하게 되나 봐. 말에 대해서.
근데 말을 진짜 적게 할 필요가 있는 거 같다. 나만 얘기하고 있네.
M: 뭐야. 나한테는 하고 싶은 말 다 해도 돼. 해야 하는 말은 더더욱 해줬으면 좋겠고. 나는 그게 더 좋아.
H: 좋아하는 사람이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니까 더 조심하고 싶은 거지. 상처 주고 싶지 않으니까.
M: 우리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도 언젠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을 수 있겠지. 바라지 않은 일이라도 그럴 수 있잖아. 중요한 건 의도라고 생각해. 고의로 상처를 내느냐, 아니냐.
적어도 너랑 나는 서로에게 고의로 상처를 줄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 못 해서 속상하다 거나 오해하지 말고 말 하자. 말해줘. 나도 그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