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언니, 나 오늘 운전하는데 차가 너무 막히는 거야. 평소에 이렇게 막히는 구간이 전혀 아닌데,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사고가 났나, 공사를 하나, 하면서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가고 있는데, 글쎄 그 구간을 지나가 보니까 아무 이유가 없더라고. 그냥 이유 없이 막힌 거야.
S: 그럴 때 있지. 이유 없이 차가 유달리 막히는 때가 있어.
K: 내 말이! 그래서 나 깨달은 게 있어.
S: 뭔데?
K: 도로가 별다른 이유 없이 막힐 때가 있는 것처럼 삶에도 그런 때가 있다는 거. 나는 성실히 최선을 다해서 가고 있어도, 내가 뭘 잘못하거나 일이 잘못된 게 아니어도, 인생이 잠시 정체되는 때가 오는 거 같아. 그때마다 조바심 내면서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는 걸 그만두려고. 멈춰있지 않다는 거에 초점을 맞추면서 갈 거야. 그러다 보면 또 나의 속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때가 오겠지. 오늘 그랬던 것처럼.
S: 맞아, 속도보단 멈추지 않는다는 게 훨씬 중요해. 인생은 장기전이야, 속도전이 아니라. 그러니까 다른 차선 보면서 얼렁뚱땅 가려고 하지 말고, 니 속도대로 열심히 가. 지나고 나면 다 아까운 순간들이니까. 이왕 가는 거 덜 아깝게 가야지.
K: 알겠어. 그럴게! 언닌 오늘 뭐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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