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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pado Sep 06. 2021

살아남은 대화_세제통이 있잖아

P: 아니, 오늘 내가 빨래를 하려고 세탁기에 세제를 넣는데 거기 'PUSH' 버튼이 보이는 거야. 빨래할 때마다 가끔 보이면 눌러보긴 했는데, 변화가 없길래 이건 왜 있는 건가 했었거든. 근데 오늘따라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세상에. 그 버튼을 누르면 세제통이 분리되는 거였어! 나는 여태 그게 붙어있다고 생각해서 손 닿는 곳까지만 청소했었는데, 버튼을 힘줘서 눌러보니까 세제통이 툭, 하고 빠지는 거 있지! 와, 꺼내보니까 얼마나 더럽던지. 아주 가관이었어. 


K: 어? 그게 분리되는 거였어? 나도 지금 알았네. 맨날 밀린 빨래 하기 바빴지, 그걸 분리해서 청소해야 된다는 생각은 못했어.


P: 그치? 근데 검색해보니까 다들 이미 하고 있더라고. 심지어 이거 말고도 청소해야 되는 부분들이 엄청 많더라. 세탁조야 광고도 많이 하고 그래서 가끔씩 통세척을 해야 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거름망이라는 것도 청소해야 되고 고무 패킹도 불려서 청소해야 되고... 아주 복잡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다 어떻게 알고 청소하나 싶더라니까.


K: 오늘 완전 세탁기 청소 박사가 됐겠네.


P: 그러니까! 웃긴 게 이거 청소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거야. 단지 존재 이유를 찾느냐 못 찾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존재하는 건 분명 다 이유가 있어.


나라는 사람이 태어난 데에도 이유가 있겠지.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세탁기 청소하다 진짜 별 생각을 다 했지?


K: 그러게. 근데 이건 잊지 마. 이유를 알든 모르든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거. 알지?


P: 그럼~ 알지. 소중한 삶, 부단히 기억해야지. 까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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