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보이는 취향
20대 때부터 변하지 않은 취향이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나의 호피 사랑. 호피나 체크, 도트처럼 패턴으로 은은하게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
몇 년 전 친구에게 선물 받은 호피 파우치부터 휴대폰 케이스, 선글라스, 머플러, 집게핀까지 한 곳에 모아보니 제법 그럴듯한 컬렉션이 됐다. 좋아해서 하나둘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물이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호피 아이템이 몇 개 더 생겼다. 그중에서도 남편이 인형 뽑기로 뽑아준, 호피를 입은 키티 키링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원래도 키티라는 캐릭터도 좋아하는데, 거기에 호피까지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인친님께서 만들어 판매하시는 유선 이어폰 줄감개도 나의 컬렉션에 합류했다. 남은 조각 원단으로 만든 집 모양 줄감개라니. 게다가 지붕에 호피 패턴이 들어가 있는 걸 보는 순간, 망설일 틈도 없이 주문했다. 무선 이어폰이 망가져 오랜만에 유선 이어폰을 쓰게 됐는데, 이 귀여운 줄감개를 쓰고 싶어서 불편함쯤은 기꺼이 감수하게 된다. 아마 당분간은 무선 이어폰을 찾지 않게 될 것 같다.
지난달 ZARA에서 구매한 브라운 호피 머플러는 부드럽고 따뜻해서 요즘 가장 손이 많이 간다. 심플한 착장에 이 호피 머플러 하나만 더해도 분위기가 살아난다. 역시 나는 이런 포인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집을 꾸밀 때도 체크, 페이즐리 패턴의 패브릭으로 포인트 주는 걸 좋아하는 것과 닮아 있다.
오늘은 엄마와 점심을 먹으러 초밥 식당에 갔었다. 내 왼쪽 대각선 테이블에, 나를 등지고 혼자 앉아 계신 중년의 남자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분은 기본 반찬들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책을 펼 공간을 만든 뒤,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식당 안에서도 묵묵히 책을 읽고 계셨다. 완전히 몰입한 모습이었다. 긴 접시에 초밥이 나왔지만, 독서를 멈추지 않은 채 책을 읽으며 초밥을 드셨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멋있게 느껴져 자꾸 시선이 갔다. 나도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저분만큼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장소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의 태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같은 몰입 안에 머문다.
취향은 결국 드러내려 애쓰지 않아도, 말보다 먼저 보이게 된다.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