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탈

말차라떼 한 잔이 주는 여유

by 김우드


2025.10.14


10일이나 됐던 긴 추석 연휴로 인해 나의 일상 루틴이 완전히 깨졌다. 기상, 식사, 하루의 일과까지 모두. 게다가 한 달 전 걸렸던 코로나 때문에 컨디션이 쉽게 회복되지 않더니, 방광염에 질염까지 생겨 연휴 내내 나를 괴롭혔다. 확실히 수술 후에는 뭐든 회복이 느려진 것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말차라떼가 당겨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밀린 일들이 많아 망설이다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말차 라떼를 마시고 있다.


오후 3시가 되어갈 무렵,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노트와 펜, 아이패드를 챙겨 나와버렸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세차게 내려 집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았고, 오늘 오전에는 할 일이 있어 아침 산책도 건너뛰었기 때문에 이틀 만에 처음으로 바깥공기를 마셨다. 긴팔에 가을 자켓까지 챙겨 입었는데도 서늘한 공기가 낯설었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기온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공유 자전거를 타고 익숙한 거리를 달리는데, 눈에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듯 보였다. 비가 다시 쏟아질 듯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나무를 흔들 때마다 수많은 잎이 힘없이 떨어졌고, 봄부터 여름까지 땅과 하늘을 떠돌던 벌레들도 자취를 감췄다.


해야 할 일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해야겠다고 만들어 버린 일들'이 많은데, 좀처럼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 ‘실행력’과 ‘추진력’하면 바로 나였는데, 나의 to do list에서 지워지지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일들이 쌓이고 있다. 집은 나의 가장 큰 휴식처이지만, 때로는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그렇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을 땐, 집에 있는 게 휴식이었는데, 집이 직장이 되어버린 후로는 잠깐 나와 커피 한 잔 하는 게 유일한 낙이 됐다. 작년에는 집 안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자신을 느끼면서도 꿋꿋이 집에 나를 묶어두었다. 집중이 되지 않더라도 오래 앉아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 믿었고, 잠깐의 산책은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집 안에 나를 가두지 않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고작 1km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는 게 전부지만, 나만의 이런 작은 일탈이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준다는 갈 알게 되었다.


오늘은 나만의 작은 일탈로 즐거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다음에도 망설이지 않고, 다 제쳐두고 나와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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