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달력을 보며

'한 해'보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by 김우드


2025.10.13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아침부터 흐리고 비가 내렸다. 안방에서 나와 거실을 바라보니, 아침인지 오후인지 분간이 안될 만큼 어두웠다. 추석 연휴 내내 남편과 함께 머물던 거실이 휑하게 느껴졌다. 정리되지 않은 쿠션과 담요가 눈에 거슬렸고, 얼른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선 소파 위의 쿠션 두개를 가지런히 놓고, 소파 위 선반에 있는 달력에서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10월 13일.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날짜를 적었는데도 이상하게 낯설었다. 10월 3일에서 10월 13일로 건너뛴 느낌. 내가 가장 사랑하는 10월의 절반이 이미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났다. 그리고 마음 한편이 조금 조급해졌다. 올해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10월이 벌써 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머릿속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느끼고, 오랜만에 명상을 했다. 2주 만이었다. 명상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생각이 떠오르면 '이런 생각을 했구나'하고 알아차린 뒤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걸. 10분의 명상이 끝났을 때는 확실히 차분해진 나를 느꼈다.


그리고 따뜻한 옥수수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왜 나는 자꾸 '한 해'에 의미를 두는 걸까? 매 순간 후회없이 살아간다면 2025년이 끝나가든 2026년이 시작되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늘 더 열심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정작 소중한 '하루하루'를 소홀하게 흘려보냈던 것 같다. 당장 내일의 나도 알 수가 없는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늘의 나를 희생해 온 시간들이었다.


어쩌면 달력을 보며, 예전처럼 미래를 향한 계획 없이 지내는 지금이 불안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실체없는 불안함. 그래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브런치도 시작했던 것이었다. 나는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나는 더 아끼고 있다. 오늘 하루에 집중하고, 매일의 나에게 충실한 삶.


암 진단을 받고 내 시간만 멈춘 것 같았는데, 어쩌면 그때부터 더 온전히 흐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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