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더 오래 가기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해
2025.10.11
눈을 뜨니 오전 아홉 시 오십몇 분. 그 순간, '아 잘 잤다'보다는 '늦었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지 않으면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강박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큰 노력 없이도 주말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편이었다. 내가 아프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추석 연휴 내내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햇살이 들어와 집 안이 환했다. 해가 있을 때 빨래를 해야겠다 싶어 삶은 달걀 하나, 사과 하나, 두유 한팩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빨래를 돌렸다. 그리고 그저께 캠핑에서 돌아와 덜 정리된 짐과 어질러진 집이 눈에 밟혔지만, 어쩔 수 없이 모른 척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수술을 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체력이 돌아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 달 전에 코로나에 걸려 컨디션이 더 떨어졌다. 코로나 이후 방광염이 더 심해지고, 질염까지 겹쳐 삶의 질이 확 떨어진 느낌이다.
몇 주 전 방광염으로 산부인과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물어보셨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이 힘든 것 같은데, 요즘 무리하셨어요?"
코로나에 걸리고 컨디션이 바닥인 상태에서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는데, 귀신같이 내 몸이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사실 요즘은 예전에 하던 일의 반도 못하고 있는데, 그것조차 아직 무리였다니 속상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예전엔 하루에 네다섯 가지 일을 척척 해냈던 나였는데, 지금은 몸이 너무 무겁고,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몸을 예열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어쩌면 이 정도의 속도가 내 몸이 원래 원하는 속도는 아니었을까? 시속 60km 정도로 달려도 충분했을 내 삶을, 스스로 120km로 달리게 몰아붙였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결국 내 몸이 고장 나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줘야겠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도 아침 10시라면, 그땐
'잘했어! 푹 잘 잤다!'라고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