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 끼 배달 음식이 주는 여유

by 김우드

올해 가을 두 번째 캠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이번 캠핑은 강풍 때문에 철수가 유난히 고됐다. 그런 돌풍 속에서 텐트와 타프를 정리하는 건 처음이었다. 차가운 강바람을 두 시간 가까이 맞으니 코가 건조해지고, 편도까지 붓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캠핑장은 집에서 한 시간 거리였고, 길도 막히지 않아 수월하게 돌아왔다.


창고에 캠핑 짐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빨래와 짐들을 정리했다. 씻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눕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피곤했지만 결국 샤워까지 마쳤다.


남편도 샤워를 마치고, 전기장판이 켜진 따뜻한 침대 속으로 들어오니 오후 네 시. 그대로 두 시간은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했다. 남편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을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침대 속에서 배달앱을 켜고 저녁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포케나 샐러드, 샌드위치나 구운 치킨 정도다.


결혼 후 2년 동안 배달 음식을 열 번도 먹지 않았고, 외식은 다섯 번도 하지 않았다. 참 악착같이 살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서도, 누가 시켜서도 아니었다. 그냥 스스로를 늘 몰아붙였다. 단 한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던 지난날.


오늘은 포케를 주문했다. 내가 만든다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다양한 채소를 넣어 먹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이 편안함이 너무나 달콤했다.


주말 한 끼쯤 ‘남이 해 주는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몸도 마음도 너무나 편안해졌다. 이제야 알겠다. 여유란 결국, 스스로에게 허락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2025.11.02

@keemwood_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