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다, 그냥!

by 김우드

아침 햇살이 가득 비치는 우리 집 느릅 고재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행정복지센터에 들러야 했다.


2023년에 읽은 『소소하지만 매일 합니다』라는 책의 영향으로, 나는 꾸준히 우유팩을 모아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 휴지나 건전지로 바꾸고 있다. 마침 오늘은 공유자전거 30회 구독권의 마지막 날이었고, 우유팩을 모아놓는 보관함도 거의 가득 찼다. 책과, 아이패드, 우유팩과 반품할 다이소 물건을 챙겨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8분 거리의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따뜻했다. 자전거를 타며 하늘과 멀리 물든 산을 바라봤다. 자꾸 멈춰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오늘은 할 일이 많아 눈으로만 담았다.


우유팩을 롤휴지 한 개로 바꾸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이소에 들러 반품을 했다. 이어서 10분 거리의 안경원에 가서 안경도 새로 맞췄다. 2년 전 블로그 체험단으로 맞췄던 안경이었는데, 캠핑 중 떨어뜨려 밟는 바람에 망가졌던 안경이다. 너무 가볍고 내 얼굴에 잘 어울려서 다시 사기로 했다.


안경을 사고 돌아가는 길, 나는 일주일 전 멈췄던 그곳에 똑같이 멈췄다. 아마 오늘이 이 풍경을 볼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참을 머물렀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저렴한 안경점에 가서 안경알을 맡겼다. 같은 건물 1층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책을 읽다가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각선에 자리에는 여고생 네 명이 앉아 있었다. 시끄럽게 떠들지만 거슬리지는 않았다. 그들의 젊음과 순수함이 부럽지만, 동시에 부럽지 않았다. 저 아이들은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을까.


나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부끄럽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좋은 추억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부모님의 기대나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있는 지금이 좋다. 결과나 성과보다 과정을 바라보게 되었고, 굳이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나의 일상에서 소소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되니 거창한 의미를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


매년 예쁘게 피는 벚꽃과, 강, 바다 위에서 반짝이는 윤슬, 그리고 가을빛 단풍에는 수많은 단어와 의미를 붙이면서, 왜 나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했을까. 나도 자연처럼,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


날씨도, 기분 좋게 분주했던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도 참 좋았다.


2025.11.12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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