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담이 왔다

새 정형외과에서의 실망과, 흘러가는 대로의 여유

by 김우드

아침 일찍 정형외과를 찾았다.


어제 낮부터 뒷목이 뻣뻣해지더니 그 느낌이 목 아래로 이어졌고, 저녁이 되자 목이 위아래, 좌우로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20대부터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목도 좋지 않아 담으로 응급실도 가봤던 터라,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번 통증은 평소보다 심했지만,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먹으면 금방 좋아지겠지.'하고 버텼다.


하지만 남편과 산책을 하는데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흉쇄유돌근과 승모근이 완전히 굳어서 두통까지 찾아왔고, 집에 돌아와서는 목 뒤를 따뜻하게 찜질하며 약도 챙겨 먹었지만 이번만큼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런 상태로 나는 저녁도 차리고 브런치에 글도 썼다. 글을 쓸 때는 통증이 너무 심해 모니터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어려워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50일 가까이 매일 글을 써온 기록이 깨지는 게 아까워 포기할 수 없었다.


집 근처 정형외과는 의사가 자주 바뀌고 진료가 성의 없어 실망이 컸기에, 이번엔 새 병원을 찾았다.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고 규모도 크며 진료가 후기가 좋은 곳이었다.


진료실 앞에서 간호사가 문진을 하고, 바로 엑스레이를 찍었다. 잠시 뒤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어느 병원에서나 들어왔던 척추측만과 일자목이라는 진단과 함께 목에 퇴행성 디스크가 보인다는 진단이었다. 통증이 심하냐고 물은 뒤, 오늘은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 후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하지만 내 통증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동작에서 유독 아픈지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세심한 진료를 기대하고 새 병원을 찾았지만, 이 병원도 집 근처 병원과 다르지 않았다.


'간호사의 문진 -엑스레이 - 1분 진료 - 물리치료 처방'

이렇게 흘러가는 시스템이 너무 기계적이고 성의 없게 느껴졌다. 병원의 효율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대량 처리 시스템일까.


"어떻게 고개 돌리면 아파요?"

"어디가 제일 아파요?"


이런 기본 질문조차 생략하는 진료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환자 한 명 한 명 직접 문진하고, 통증의 양상과 원인을 세밀하게 파악해 주는 병원은 없는 걸까. 정형외과 진료의 구조적 한계일까, 의사 선생님의 스타일일까. 정형외과만큼은 정말 믿고 오래 다닐 곳을 찾기가 어렵다. 다음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할 일도 많은데 이런 식으로 종종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려 속상하지만, 어쩌겠나. 오늘은 그냥 회복을 우선으로 하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예전 같으면 일정이 틀어진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오늘은 '흘러가는 대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하는 내가 낯설기도 했다.


어차피 일어난 일에 매달리지 않고 여유를 갖게 된 것.

올해 내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이자, 스스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변화다.


2025.11.17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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