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삼시세끼

바쁜 하루 속에서 지켜낸 건강한 끼니들

by 김우드


어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집에도 늦게 들어와서 그런지 우리 부부의 생체시계가 살짝 어긋난 것 같았다. 나는 맞춰둔 알람을 모두 꺼버리고 오전 9시가 넘어서까지 자버렸다. 더 잘 수도 있었지만 남편이 오전 10시에 집 근처 미용실을 예약해 둔 터라 간단한 아침을 챙겨주기 위해 9시 30분이 전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부족해 삶은 달걀 한 개와 시리얼로 아침을 준비했다. 예전처럼 달고 맛있는 시리얼이 아니라, 여러 제품을 비교해 고른 당분이 적고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 등의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간 시리얼이다. 이것도 예전처럼 매일 먹는 건 아니고, 오늘처럼 시간이 없을 때만 먹고 있다.


남편이 머리를 자르고 돌아와서도 어제 못한 집안일을 하느라 쉴 새가 없었다. 금세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오후 일정이 있어서 오래 걸리는 요리를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냉장고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있는 재료들로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전날 먹고 남은 훈제연어 두 조각과 후숙 된 아보카도, 시댁에서 받은 새우를 올려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또 사과, 치즈, 닭가슴살 햄 등을 넣은 사과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며칠 전 만들어둔 두유그릭요거트에 생블루베리와 그래놀라도 올려 함께 먹었다.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시간이었다. 오늘은 정말 저녁을 준비하기 싫었지만, 어제 시댁에서 가져온 배추가 계속 마음에 밟혔다. 어제 아침 시아버지께서 마트에서 번호표를 뽑고 몇십 분을 기다려 저렴하게 사 오신 배추였다. 반 통을 나눠 주셨는데 속이 꽉 있고 보기만 해도 달큰했다. 버섯도, 두부도 없어서 배추만 넣은 된장국이 될 것 같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 앞 정육점에서 소고기 다짐육을 한 팩 사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동 고등어를 오븐에 넣고, 멸치 육수도 내지 않은 채 된장, 소고기, 배추만으로 된장국을 끓였다. 배추가 숨이 죽고 푹 익어 흐물해졌을 때 간을 보니, 별다른 재료가 없는데도 놀라울 만큼 맛있었다.


마침 오쿠에서 3시간 40분이 걸린 밥도 완성됐다. 현미에 태국에서 사 온 유기농 흑미, 엄마가 준 검은콩을 넣어 지은 밥이었다.


밥과 배추된장국, 고등어구이, 엄마가 해 준 무생채, 시어머니가 주신 매실 장아찌를 차려 저녁식사를 했다.


암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끼니를 대충 해결하는 것은 나를 해치는 일처럼 느껴진다. 나와 우리를 위해 차리는 한 끼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지 몸으로 깨닫고 있다. 배추를 자르는 느낌도 좋고, 된장국이 끓으며 집 안에 퍼지는 구수함과 따뜻함도 좋다.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은 더없이 좋다.


힘들었지만, 오늘도 집에서 건강하고 맛있게 끼니를 챙겨 먹었다는 사실이, 오늘 하루도 내가 나를 잘 돌봐줬다는 뿌듯함과 편안한 노곤함으로 이어졌다.



2025.11.23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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