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그 마음으로 충분하니까
새벽 6시에 일어나 미리 삶아둔 달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를 설정했다. 그 사이 냉동실에 넣어둔 현미쌀식빵 한 조각을 꺼내 오븐 토스터에 넣고, 크림치즈와 당근라페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잠이 덜 깬 탓인가 했는데, 거실 커튼 사이로 번쩍였던 게 정말 번개였다. 곧바로 천둥소리가 이어졌다. 유난히 어둡던 오늘 새벽,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번개였어. 천둥소리 들었지?"
드레스룸에서 스킨, 로션을 바르고 나온 남편에게 말을 건네며, 따뜻하게 구워진 현미쌀식빵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그 위에 당근라페를 올렸다. 그리고 달걀과 당근라페 토스트를 남편 아침으로 차려줬다.
식사를 마친 남편은 내 손을 잡고 자기 옷방으로 데려가 오늘 입을 옷을 골라달라고 했다. 결혼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아침의 작은 의식. 양말 색까지 묻는 남편에게 가끔은 "아무거나 신어."라고 대충 대답할 때도 있지만, 남편은 참 성실하게도 매일 묻는다.
현관문을 얼굴만 보일 만큼만 열어두고, 남편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웅했다.
남편이 출근한 뒤가 나의 일상이 시작이다. 따뜻한 물을 끓여 레몬수를 만들고, 책을 가지고 소파에 앉는다. 명상을 하기 전 인센스를 켜고, 유튜브에서 명상 가이드를 틀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10분간 호흡에 집중했다.
다행히 주말부터 어제까지 이어지던 가슴의 답답함과 잔잔한 불안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명상을 마치고 눈을 떴다. 오방난로 위에 주전자가 올려진 모습 때문인지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 어둠마저 아늑하고 따뜻했다. 그러다 문득 '이 집에서 보내는 네 번째 겨울이네.'라는 생각이 스쳤다.
예전의 나는 새로운 해를 맞으며 올해 아쉬웠던 점과 새해 목표를 잔뜩 적어 내려가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곤 했다. 지난 세 번의 겨울은 늘 그랬다.
하지만 네 번째 겨울부터는 다를 것이다.
그저 잘했다고, 잘 버텼다고, 잘 이겨냈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수술을 마친 뒤 '건강하게만 살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며, 나를 스스로 안아주는 마음으로 올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로 다짐한 아침이었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더 잘 해내야할 것 같은 부담보다, 꼭 내년이 아니어도, 앞으로 계속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은은한 용기가 내 안에 느껴졌다.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