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덮친 밤, 따뜻했던 순간들

by 김우드

어젯밤 이야기를 이어 적어본다.


30분 넘게 움직이지 않던 도로에서 글을 쓰고 발행 한 뒤에도, 남편 회사 앞에 도착하기까지는 또 한 시간이 더 걸렸다. 결국 자정에야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라면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남편을 데리러 출발한 지 무려 3시간 40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간선도로로 빠지는 모든 진입로는 눈 때문에 차가 오르지 못하거나, 사고 등의 여러 이유로 완전히 멈춰 있었다. 나는 결국 간선도로 진입을 포기하고 그대로 직진을 해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다른 길로 우회했다. 그러다 산 길을 타게 되었고, 눈보라 속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울먹이며 운전해야 했다. 그때의 공포감은 아마 오래도록 잊기 힘들 것 같다. 극도의 긴장 속에 운전대를 쥐었던 손가락은 지금도 뻐근하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탓에 승모근과 흉쇄유돌근까지 굳어 두통이 이어지고 있다.


산길을 겨우 내려와 다시 간선도로로 진입해야 했지만, 진입로 앞에서 또 30분 넘게 멈춰 서야 했다. 우회할 곳도 더는 없었다. 차들이 한참을 움직이지 않자 여러 운전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진입로 쪽으로 향했고, 나 역시 내려 상황을 물었다. “제설차가 내려오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제설차가 진입로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이었던 진입로 앞에는 한 남성분이 서 계셨는데, 앞 차량의 여성 운전자에게 "앞 차가 다 올라간 뒤, 멈추지 말고 한 번에 올라가세요!"라는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그분 덕분에 나도 안전하게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 있었다.


조금 더 가자 또 한 고가도로 앞에서 오랫동안 정체가 이어졌다. 차가 움직여 사거리를 지날 때 보니, 미끄럽고 매서운 눈바람 속에서 한 남성분이 직접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옆에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는데, 배달 일을 하시는 분인 듯했다. 악천후 속 그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민 영웅이었다.


남편 회사 도착 1분 전, 좌회전을 해 내리막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한 차가 내리막길 중턱에 멈춰 서 있었고, 경찰관 두 분이 바리케이드를 치며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미끄러운 언덕길에서 고생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남편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로 집에 돌아가는 길,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서울 방향은 수많은 차들이 거의 정체된 듯한 속도로 서행하고 있었다. 서울·경기에 거주하시는 많은 분들은 나와 다르지 않은 험난한 퇴근길을 겪고 계시겠구나 싶었다.


폭설을 만나 힘든 귀갓길을 경험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운전하면서 겪은 건 처음이었다. 특히 남편 회사와 불과 10분 거리에서 한 시간 가까이 서있을 때 느꼈던 무력감과 답답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폭설과 정체, 5시간의 운전도 기억에 남을 테지만, 가장 선명한 장면은 그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설 작업을 하던 분들, 경찰관분들, 그리고 여러 시민 영웅들의 따뜻한 노고였다.


날은 춥고 너무 고단했던 밤이었지만, 오래도록 따뜻하게 기억될 어젯밤이었다.



2025.12.05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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