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시는 길

미룰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by 김우드

시할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리고 왔다.


시할아버지는 슬하에 1남 2녀를 두셨다. 시아버지가 장남이시고, 고모님 두 분은 결혼을 하지 않으셔서 시조부모님께 손주라고는 남편과 시동생 둘 뿐이었다. 나는 첫 손주며느리였다. 그래서 시할머니와 시부모님, 고모님 두 분, 남편과 나, 시동생 부부까지. 총 아홉 명이서 치른 시할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슬픔을 보듬으며, 조금의 빈틈도 없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주었다.


오늘 아침, 발인제에서 가족들 모두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각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영정사진에 말씀을 드리는 상황이 낯설고 쑥스러웠지만, 떠나지 않고 내내 마음속을 맴돌던 말을 결국 꺼내놓았다.


“할아버지, 심심하니까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편히 쉬세요.”


이 한마디로 후회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로 꺼내고 나니 마음 한편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추석에 뵈면 설은 금방 돌아오곤 해서, 당연히 다가오는 설에도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렇게 또렷하게 배웠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할머니와 우리 외할머니, 아버님과 어머님께 차례로 전화를 드렸다. 남편이 가족 단톡방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지만, 아버님께는 꼭 따로 전화를 드리라고 했다.


나중에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고. 우리 곁에 계실 때 건네는 안부와 목소리는, 미뤄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할아버지 그동안 예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디 편히 쉬세요.


2025.12.14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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