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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사이 Sep 14. 2024

우리 같이 살자

자살하는 대한민국(김현성)


거의 10년 전에 읽었던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에서 계나는 한국을 떠나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지난달 영화가 되어 나왔다. 장강명의 <댓글부대>가 영화로 나온 것도 의미심장했던 차인데, <한국이 싫어서>도?

자, 2015년으로 돌아가보자. ChatGPT-4o에게 묻는다. ‘2015년 당시 뉴스에 오르내리던 청년 사회이슈를 대표적으로 5가지만 요약해 줘’


1. 청년 실업률 증가(10% 육박)

2. N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마련, 인간관계 등 포기)

3. 비정규직 등 고용 불안정

4. 헬조선(저출산 연계)

5. 과도한 스펙 쌓기


모두 기억난다. 다들 기억날 테다. 당시 비참했던 한국의 현실을.

지금은 달라졌는가? 달라진 것은 10년의 시간뿐.

잠시 한국에 희망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마치 2015년으로 돌아간 듯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예술계도 따라갈 뿐, 전혀 위화감이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높은 자살률이다. 장기간 OECD회원국 1위인데, 자살자 수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도대체 왜?


<자살하는 대한민국>은 청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를 역사적으로 해석하고, 오늘날 시스템 오류의 인과관계를 낱낱이 분석한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신랄하게 꼬집기 때문에 신박하고 신기하고 신이 난다’ 신난다는 표현은 읽기 수월하다는 말일뿐, 내용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살하는 주체는 대한민국이다. 공동체 전체가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왜? 말은 쉽다. 물가가 높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의 설명은 5-Why를 하는 수준이다. 왜? 왜? 왜?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로 향한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선택했지만, 자본주의의 기름칠을 해버렸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기름은 한 종류였다. 자본, 즉 마치 인체에 피가 돌듯 돈이 돌아가며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세상. 그러나,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비극적 6.25 전쟁을 거치면서 마음이 급했다. 분명 윤활제 역할만 해야 할 녀석이었는데 퍼 마시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먼저 퍼먹은 사람이 맛도 먼저 알았을까? 식욕을 넘어 탐욕이 된다. 누군가 막아야 했다. 정치권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든 아무도 막지 못했다.

결과는 ‘나만 잘살면 돼’

사회가 병들어가는 이유는 사회복지를 위한 공동의 비용 지출 부담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잘 살아야죠. 우리 마을, 우리 시,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 행복하도록 조치를 취해야죠.’

그래서, ‘그럼 증세합시다!’ 외치면 표 잃기 딱 좋다. ‘왜요? 모두 행복해야죠?’ 따지면,

주머니를 꼭 움켜쥐며 ‘내 돈은 안돼요’

즉,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장기간에 걸쳐 숙성되어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자살률 증가, N포의 부활, 고령화. 결국 소멸을 향하고 있다. 미래는 청년 세대, 청소년 세대의 것이다. 탐욕에 빠진 몰염치한 세대가 미래 세대의 소득까지 빨아먹었다. 40년, 50년 주담대.  비록 국민연금에 대한 고갈론, 즉 지금 퇴직 세대 이후에는  수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연금이 부족하면 국가 재정을 투입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국가에 세금을 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먼저 망할 것 같으니까.


자, ‘돈’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결론을 내는 저자의 외침에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든다.

이상적이니까. 그래야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 맞춰 북유럽식의 사회복지국가가 될 테다.


서두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과제의 부활도 ‘돈’ 문제로 끼워 맞출 수 있다.

돈이 곧 욕망이니까.


물이 목젖까지 차오르는 통 안에 갇혀 있다. 아니, 반대로 침몰하기 직전의 배에서 한가로이 노래나 부르고 있는 형국이다.

자, 뭐라도 해볼 때가 아닌가. 죽기 살기로.

기본소득제를 하든, 증세를 하든 우리 함께 행복해 보자.

‘너도 잘살아야 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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