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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Sep 13. 2017

술술 써지는 글

을 쓰고 싶다

잘 쓴 글은 술술 읽힌다. 문장이 간결하고 흐름이 자연스러워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한다. 하지만 잘 쓰기가 쉽진 않다. 쓸 때는 자연스러운 글이 읽을 때는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잘 읽히는 글이 쓸 때는 어색하기도 하다. 여태껏 써온 불필요한 요소-조사, 접속사, 쉼표, 번역투 등-를 쳐내야 하며 어휘의 반복도 피해야 한다. 습관을 버려야 하기에 정말 어렵다. 의도적으로 잘 쓴 글이란 무엇인지 공부하고 내 글에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글쓰기가 열풍이다. 서점에는 글쓰기 책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방법과 규칙을 설명한다. 나도 같은 훈련을 받았다. 내 글이 술술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 문장 하나하나 공을 들였고 발행한 뒤에도 몇 번이나 수정하곤 했다.(워낙 허술해서 읽을 때마다 오류가 보인다)


그러나 잘 읽히도록 쓰고자 간결함과 흐름에만 집중하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분명 술술 읽히는데 읽고 나서는 그다지 남는 게 없는 경우가 있다. 내가 쓴 것들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돌이켜보니 최근에 마음이 급해져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라 '잘 쓴 글처럼 보이기'에만 집중했었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 말할 가치(그게 재미든, 감동이든, 깨달음이든)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곤 얕고 어설픈 생각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술술 읽히는 글 쓰는 법'을 활용했다. 애초에 알맹이가 부족하니 쓰는데도 오래 걸렸고 과장과 왜곡이 들어가기도 했다. 다 티가 나게 돼있다. 잘 읽혔을지는 몰라도 완성도는 떨어졌고,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도- 감화시키지 못했다.


술술 읽히는 글은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게 먼저가 되면 안 되는 것 같다. 의미도, 남는 것도 없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글로 끝나버릴 위험이 있다. 쓴 것을 잘 읽히도록 바꾸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먼저 "술술 '써지는' 글"을 쓰는 게 맞다. 진짜 잘 아는 것에 대해 진정성을 담아 쓸 수 있는 글.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보일 뿐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게 뚜렷한 글. 그런 글은 술술 써진다.


물론 훨씬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대로 글로 옮겨도 의미가 있을 만큼 생각을 깊고 넓게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이 -설령 술술 읽히지 않아 '잘 쓴 글'은 되지 못하더라도- 훨씬 '좋은 글'이다. 문장을 다듬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글을 쓰는 목적이 '나 글솜씨 좋아'라고 뽐내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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