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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Jan 09. 2019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

언니네이발관 5집 LP가 왔다. 회사에서 배송 완료 문자를 받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귀가해서 포장을 풀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커버는 물론이고 속지까지 너무 멋지다. 레코드가 흰색이야. 이 아름다운 명반에 우아한 디자인까지 얹다니.


친구는 격양돼있는 날 보고 갑자기 뭔 LP냐 했다. 그 비싼거 사봤자 일주일 듣고 땡 아냐, 라고도 한다. 뭔 소리야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라고... 라고 말하지만 친구 말이 맞다. 가끔 푹 꽂혀버리는 노래들이 있을 뿐이지 음악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LP를 산다는 건 절반은 솔직히 허세다. 일주일 정도 듣고나면 이용 가치는 집에 누굴 초대할 때에나 발휘될 게 명백하다.


그래도 쫌 서운해. 나는 내 격양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좋다. 격양이란 건 감정이 어느 쪽으로든 확 치우친 상태인데, 그건 공감을 먹어야 마음껏 커지거나 잠재워지니까.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안다. 돌아보면 이 서운함 때문에 실수를 많이 했다. 아무리해도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은 참기가 힘들었다. 그게 하찮은 조급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한 발 떨어져서 그 광경을 봤다면 무심한 상대의 마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실감을 한 뒤에야 알았다.


그런 실수들은 내 삶에 크나큰 상처들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하는 생각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듣고 들으며 작은 일 때문에 이런 생각까지 이어진 자신을 보니 웃음이 났다. 직업병이네. 뭐든 의미를 연결시키려 하고.


이 앨범은 A면보다 B면이 좋다. A면의 첫 곡이자 타이틀인 가장 보통의 존재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보단 뒷면의 알리바이나 인생은 금물이 더 좋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너무 좋아 하하하


2019.1.8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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