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이발관 5집 LP가 왔다. 회사에서 배송 완료 문자를 받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귀가해서 포장을 풀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커버는 물론이고 속지까지 너무 멋지다. 레코드가 흰색이야. 이 아름다운 명반에 우아한 디자인까지 얹다니.
친구는 격양돼있는 날 보고 갑자기 뭔 LP냐 했다. 그 비싼거 사봤자 일주일 듣고 땡 아냐, 라고도 한다. 뭔 소리야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라고... 라고 말하지만 친구 말이 맞다. 가끔 푹 꽂혀버리는 노래들이 있을 뿐이지 음악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LP를 산다는 건 절반은 솔직히 허세다. 일주일 정도 듣고나면 이용 가치는 집에 누굴 초대할 때에나 발휘될 게 명백하다.
그래도 쫌 서운해. 나는 내 격양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좋다. 격양이란 건 감정이 어느 쪽으로든 확 치우친 상태인데, 그건 공감을 먹어야 마음껏 커지거나 잠재워지니까.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안다. 돌아보면 이 서운함 때문에 실수를 많이 했다. 아무리해도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은 참기가 힘들었다. 그게 하찮은 조급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한 발 떨어져서 그 광경을 봤다면 무심한 상대의 마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실감을 한 뒤에야 알았다.
그런 실수들은 내 삶에 크나큰 상처들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하는 생각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언니네이발관 노래를 듣고 들으며 작은 일 때문에 이런 생각까지 이어진 자신을 보니 웃음이 났다. 직업병이네. 뭐든 의미를 연결시키려 하고.
이 앨범은 A면보다 B면이 좋다. A면의 첫 곡이자 타이틀인 가장 보통의 존재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보단 뒷면의 알리바이나 인생은 금물이 더 좋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너무 좋아 하하하
2019.1.8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