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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24. 2022

1월 24일 월요일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눈이 오지 않은 월요일

1. 대학

대학을 직장 삼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각종 입시에 동원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시 논술고사 복도 감독을 한다거나 연기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의 영상이 오류 없이 잘 접수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은. 직접적인 평가에 개입되지 않지만 공정한 평가를 위해 환경을 미리 다지고 불편한 상황을 미리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서포트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처음엔 신기했고 이제는 놀랍다. 이것만큼 단순하지만 책임이 막중한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여러 계절 동안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치르는 각종 입시를 마주하면서 그들에게 이 모든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할지 종종 마음을 대입해본다. 어떨 땐 같이 안타까울 때도 있고 짠하기도 하다.


경험해 본 여러 입시 중 가장 절절한 건 이번에 맡은 스포츠 실기평가인데 다 합쳐서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1년 길게는 2-3년간 준비한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 실기시험을 치러야 하는 아주 잔인한 효율성을 가진 평가였다. 학생들이 주어진 운동(평가항목)을 하나씩 할 때마다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이 학부모 수준으로 끓어오른다. 소문대로라면 실기평가가 끝으로 갈수록 더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든다는데 이제는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대학의 일은 참 무궁무진해.


2. 인센스

오랜만에 인센스를 선물 받았다. 주로 한여름 장마나 태풍이 올 때 즐겨 쓰던 인센스들을 모아 모아 책장 어딘가에 넣어두었는데. 새로 선물 받은 인센스들을 주로 예전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맡았던 자연과 허브의 향들이라서 태우자마자 바로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요가원에서는 호흡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로마를 썼었겠지만 놀랍도록 이국적인 향들이 늘 안정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쌓여있는 인센스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어서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바닥을 걸레로 꼼꼼히 닦고 인센스를 태우면 뭔가 오늘의 나 굉장한 생산성을 가지고 집안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집에 라이터가 하나 없어 짧은 성냥으로 불을 피우다 초가삼간 태울 뻔했다. 라이터부터 하나 사는 걸로.


3. 펄

얼마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단편을 하나 봤다. 털실 뭉치가 나오는 아주 사랑스러운 영화. 지금의 나 같기도 하고 예전의 나 같기도 해서 모든 장면이 다 마음에 들었다.


인간 삶에 ‘털실 등장해 동료가 되는 이야기. 나이, 성별, 인종, 직종, 경력 등의 이질감을 이겨내고 다시 완전히 포용하는 이야기. 요즘은 이렇게 끝까지 이상적인 해피엔딩의 영화는 거의 없는  같다. 애니메이션이라서 혹은 픽사이기 때문에   있는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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