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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19. 2022

1월 17일 월요일

오늘도 눈이 내린 월요일의 일기

1. 눈이 왔다

병원 예약을 위해 부랴부랴 전화를 걸던  눈앞으로 갑자기 눈이 쏟아졌다. 처음엔 조금씩 흩뿌리던 눈이 갑자기 눈덩이가 되어 내렸다. 싸리눈이 함박눈으로 바뀌던 순간을 마주한 짜릿함. 이번 겨울엔 유난히 눈이 자주 내리는  같다. 글을 쓰던 월요일도, 수요일인 오늘도 눈이 온다.


2. 엄마와 아들

출근길 버스에서 언제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무리(?)는 버스 종점인 지하철 역까지 가는 엄마와 그 노선의 딱 절반까지 가는 아들 . 아직 10대도   그러니까 겨우 초등학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작고 귀여운 아들 둘의 손을 잡고 엄마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 버스를 탄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가족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왜냐면 절대 같은 자리에 앉지 않고 나란히도 앉지 않고 버스 곳곳에 나눠서 는다. 버스에 타서도 딱히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쿨하게 앉아있다 쿨하게 내린다.


엄마는 옅은 갈색  머리를 하고 요즘 유행하는 외투를 입는 편이고, 아들은   모두 자기 몸만 한 책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넘어져도 생채기 하나   정도로 푸짐한 패딩을 입는다.


엄마는 아들이 내리는 정거장이 가까워지면 부리나케 다가가 버스 뒷문에서 어린이들을 배웅한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형이 동생 손을  부리나케 낚아채고 씩씩하게 걸어간다. 매일 뒤에 앉아서 나는 그 모습을 관찰하고 엄마는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뒷문에 서서 아들들들 바라보고.


3. 고요의 바다

아마도 인터스텔라에서 시작된 것 같다. 처음 용산 아이맥스 영화관을 예약해 무려 기차를 타고 올라와 마지막 상영 시간에 인터스텔라를 보고 우주를 뛰는 기분으로 다시 기차에 올라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우주와 다른 차원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책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그것이 트렌드가 되어 소설에도 드라마에도 영화에도 다양한 차원의 우주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얼마 전 돈룩업을 보면서 조금은 미묘하고 공포스러운 우주를 마주했다. 소행성이 떨어질 예정이고 우리는 모두 한 날 한 시에 죽게 될 거라는 어마 무시한 스토리라니. 사실 알고 보니 그것은 우주도 소행성도 아닌 실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그려낸 영화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위기감은 여전했다. 사실 우주보다는 기후위기가 조금 더 가까운 위기 상황이기는 하니까.


고요의 바다를 보면서 돈룩업과 비슷한 미묘한 공포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어쩌면 우주와 위기는 함께 오는 게 아닐까? 애초에 우주와 기타 자원을 개발하고자 하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과 의지는 한적된 지구의 자원과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에서 시작된 거니까. 매일 물 마시는 즐거움을 즐기는 나는 고요의 바닷속에서 대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 조금 무서웠다. 피부에 와닿았고.


정글의 법칙의 스핀오프로 방영되는 공생의 법칙을 봤다. 사람이 들여와 생태계를 교란시켰던  어종을 이제 와서 삶의 터전을 흔든다는 이유로 다시 포획하는 모습이었다. 공생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하는 걸까. 딱히 인간과 지구가 공생하는 사이클은 아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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