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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07. 2022

2월 7일 월요일

Embrace the mess

1. Embrace the mess.

얼마 전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Only murders in the building)’라는 미니 시리즈를 봤다.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범죄현장을 따라다니며 중계하는 아마추어 팟캐스터들이 주인공인 작품인데 아주 재밌게 봤다. 물론 나는 피가 낭자하지 않은 그러니까 스릴러가 가미된 살인을 다루는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게다가 요즘 읽고 있는 소설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 대부분의 장면을 아주 즐겁게 보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삶의 저뭄과 늙음과 무기력을 깨고 새로운 작당모의를 시작하는 주인공들에게서 활력을 느꼈달까. 게다가 아파트는 어쩜 그렇게 크고 휑하고 쓸쓸한지.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실리적인 이웃들의 의사결정은 또 어떻고. (예를 들면, 살인 아파트로 소문 나 아파트 안에서 영업 중인 심리상담소가 거의 문을 닫을 지경이 되었다거나 혹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둥의 이야기들)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을 위해 그 모든 소란과 소동을 감싸 안고 하나하나 실마리를 해결해간다. 결국은 “Embrace the mess, that’s where the good stuff lives.”로 통하는 이야기. 마지막엔 셀레나 고메즈의 품 안에 붉은 피가 번지며 시즌 2를 예고했고 나는 벌써 신이 난다.


2. 경복궁 돌담길

나의 지난 휴직과 코로나 블루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한 친구와 지난 주말 짧은 서울 여행을 했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리노베이션 된 보안 스테이(구. 보안여관)에서의 하룻밤. 욕실과 화장실이 공용이라는 점을 빼면 큰 불편은 없었다. 바닥은 뜨끈했고 침대도 푸근했다.


보안스테이 31호

게다가 잘 모르고 예약했지만 가장 좋은 뷰를 가진 방이라는 31호에서 앞으로는 경복궁 옆으로는 청와대 사랑채와 북악산을 끼고 시간을 보냈다. 지난 연휴에 내린 눈 덕에 경복궁 경회루 앞 연못에 눈이 쌓여있고 그 덕에 그곳이 경회루라는 걸 더 쉬이 발견할 수 있었다.


자하손만두
카페 아키비스트

이튿날 아침엔 등산객들 틈에서 버스를 타고 부암동 자하 손만두에서 만둣국을 먹었고 청와대 사랑채 곁에 있는 카페 아키비스트에서 아주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여전히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며 봄에 떠난 남도 여행 사진을 보고 여름에 다녀온 강원도 여행 사진을 보며 킥킥거렸다. 함께 만든 꽃을 추억하고 그날의 기분을 다시금 떠올렸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해외여행이라도 같이 갔을 법한 즉흥적인 우리이거늘 그저 차 안에서 꽃구경하고 숙소에서 치킨에 맥주를 기울이며 즐거운 계절들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끝나면 해외여행 갑시다 우리!


3. 코로나에 걸릴까 봐

어제는 유난히 몸이 안 좋았다. 산책을 나가려다 소파에 누워 30분 정도 잠에 들었는데 바로 목이 따끔거리고 열이 나는 것처럼 눈이 무거워졌다. 그 사이 남편은 허리를 삐끗했고 부랴부랴 잠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남편 회사에서 확진자가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간헐적 재택을 시작한 지 2주, 사무실엔 없지만 가까운 동료가 밀접 접촉이 되고 누구라도 언제든지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환경이라서 걱정이 됐다. 다행히 집에 자가항원키트가 하나 남아있어 부지런히 코를 쑤셨고 음성이 나왔지만 괜히 신경 쓰여 격리 규정과 증상 등을 찾아봤다.


우리 부부는 둘 다 2차까지 접종했기 때문에 만약 밀접 접촉이 되면 7일 격리 후 PCR 검사를 받고 또 한 번 7일 격리를 해야 한다. 그럼 14일인데 둘 중 하나가 확진이면 증상 발현일부터 격리고, 서로가 서로의 밀접 접촉이기 때문에 20일은 꼬박 격리. 이전 집은 화장실이 두 개라서 분리 격리가 됐지만 지금 집은 그마저도 쉽지 않아서 괜한 걱정이 들었다. 코로나에 걸릴까 봐 걱정하는 건지 격리를 하게 될까 걱정하는 건지 이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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