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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15. 2022

2월 14일 월요일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까먹는 바람에

1. 긴장

어제는 긴장을 했다.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까먹을 만큼 조금 마음이 동하게 되는 긴장상태가 유지됐다. 퇴근 시간이 5분 지난 이후부터였고 하필이면 오랜만에 더블샷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신 상태였다.


생각해보면 이전 직장에서의 긴장은 주로 의견 조율이나 가벼운 업무상의 논쟁을 앞두거나 혹은 지난 후에나 찾아왔었는데, 이놈의  직장에서는 누군가의 눈빛이나 말투에서부터 시작된다. 긴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심리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상태인지 새삼 몸소 깨닫는다


2. 올림픽

그렇다. 나는 올림픽에 매료되어있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성질 급한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  절반 이상의 성질머리에  맞는 종목들이 많은 편이니까. 어떤 날은 퇴근하자마자부터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올림픽만 보기도 했다. 쇼트트랙도 스피드스케이팅도 얼추 마무리되어가고 컬링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9 엔드와 정말 마지막인 10 엔드, 그리고 하이라이트만 겨우 챙겨보고 있다.


2008 북경 올림픽을  마쳤을  북경에서 유학을 시작했었다. 패럴림픽 티켓을 학교에서 끊어주어   올림픽 경기장이었던  둥지 모양의 ‘니아오 차오  적이 있었다. 정말 예쁘고 웅장했다. 그게  인생  오프라인 올림픽의 경험이었고  이후 물론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긴 했지만 피부로 느끼진 못했으니 인생 마지막 경험일 수도 있겠다.


그 당시 우리나라엔 미세먼지가 없었지만 북경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조금씩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2008년 올림픽 기간엔 놀라울 만큼 (인공) 비가 많이 왔고 하늘은 늘 파랗고 높았다. 도시는 깨끗했고 지하철과 버스도 쾌적했다. 그때 마주한 북경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16년이 지난 지금도 언제나 선명하게 생각나는 걸 보면 참 많이 애썼다 싶다. 그 시절의 북경.


3. 스트레스

회사에 적응을 할수록 마음은 편해지고 반면 스트레스도 훨씬 강한 강도로 쌓인다.


7년 간의 지난 직장생활을 마치고 나니 딱히 엄청난 인정을 받고 싶다거나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고 (물론 성과주의적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냥 적당히 물 흐르듯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고 싶다. 과거 언젠가의 내 모토는 적은 성과에도 언제나 일희일비, 작은 가능성에도 경거망동할 줄 아는 촐싹이는 일 잘하는 어떤 추상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양새였던 것 같은데 지난 1년 간 많이 변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건 여기에서 점점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의 반면인 것 같아서 기분이 오히려 나쁘다. 거의 청개구리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나. 미안합니다 회사.


4. 밸런타인데이

어제는 밸런타인데이였지만 1번과 같은 긴장상태가 이어지는 바람에 퇴근이 늦었고 그 바람에 집 앞 편의점에서 겨우 남편에게 줄 초콜릿을 샀다. DJ DOC의 RUN TO YOU를 부르며 하트 모양 초콜릿을 주고 언제 나에게 한 알을 주려나 기다렸는데, 딱히 먹으라는 말이 없길래 그냥 꺼내 먹었다. “내 사랑을 받아준다 사랑한다 말해줘 예아 베이베 예아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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