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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22. 2022

2월 21일 월요일

단축근무 마지막 주가 되고 말았습니다

1. 방학

직장을 옮기고 방학이 생겼다.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1시간씩 늦게 출근하는 방학. 늘 빨리 퇴근하는 게 좋아 탄력근무 중에도 8시 출근 5시 퇴근을 1년 넘게 고수하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마주한 10시 출근에 만족도가 수직 상승하고 말았다.


알람에 하나를 더 추가해 학기와 방학을 나누고 출근시간을 빗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여유로움이 일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지 2달. 이제 방학 마지막 주가 되어버렸다. 벌써부터 3월 출근길이 걱정되는 나. 방학 만세!


2. 코로나인 줄 알았어요

지난주 어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코로나에 걸린 줄 알았다. 철없이 보일 수 있지만 진심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일어나자마자 베갯잇 냄새를 맡아보고는 조금 안심하긴 했지만 무섭고 걱정됐다. 회사에 연차도 아닌 무급휴가를 사용하고 키트를 사 와 콧구멍에 면봉을 마구 쑤셨다. 결과는 다행히도 음성이었지만 그날로부터 몸 상태는 3일 내내 더 악화되기 시작했다. 코를 너무 얕게 찌른 바람에 걱정은 배가 됐다. 근데 내가 스스로 찌르는데 비인두까지는 누구도 못 넣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결국 금요일엔 조기퇴근을 감행해 병원에 가서 5천 원을 주고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다시금 다행히도 음성이었지만 지난 3일간 코로나일까 봐 너무 오래 마음을 졸였던 터라 긴장이 풀리고 몸이 축 쳐졌다.


몸이 계속 좋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 않다. 이상하게 식은땀이 계속 나고 또 편두통과 눈 시림이 이어진다. 독감이 원래 이런 거라면 난 이제까지 독감이 아닌 감기만 앓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코로나인 줄 알고 2주 사이에 코를 3번이나 쑤셔가며 이 미친 시절이 어서 지나가기를 말 그대로 손을 모아 기도했다.


3. Netflix: INVENTING ANNA

애나이야기가 릴리즈 됐다. 2년 전쯤 꽤 흥행했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여학생, 케이틀린 디버와 똑 닮은 배우 줄리아 가너가 주인공 애나 역을 맡았다. 무려 같은 배우인 줄 알고 마지막 편까지 봤다. 그저 10대에서 20대로 흘러간 얼굴인 줄 알았고 매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배우가 아니였다니 충격이다.

(좌) 케이틀린 디버 (우) 줄리아 가너

초반에는 주인공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했다면 중반부터는 사이코적인 과잉반응에 초점을, 마지막엔 범죄와 범죄자를 모두 지우고 인간 대 인간으로 동정하게 만들었다. 물론 난 한 순간도 애나를 동정하며 보지 않았지만 그저 카메라의 방향성은 그러했다.


애나이야기는 어떤 느낌이었나면. 러닝타임 3시간 반 정도 되는 엄청 디테일하고 과하게 친절한 범죄자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실은 1시간이 넘는 클립을 9편이나 봤으니 족히 10시간은 본 셈이지만. 길었지만 짧았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허영에 속아 넘어가는 엘리트층과 그걸 활용한 똑똑하고 (가난하지만) 사업가 기질을 가진 (이민자) 화려한 젊은 여성의 현실을 꼬집어내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빈털터리인데 세계 금융의 엘리트들과 부동산업, 법조인, 재벌가들이 모두 속아 넘어갔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분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마지막에 변호사가 가족을 져버리고 변호인을 과하게 옹호하고 기자 역시 감정을 이입해 결국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은 좀 과했다. 사람은 불쌍해도 여전히 범죄자는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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