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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01. 2022

2월 28일 월요일

바람에서 마침내 봄이 느껴지는 월요일

1. 봄

이제 확진자 수가 얼마인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이 몇 백이었던 몇 천이었던 혹은 몇 만이 되어버렸던 간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가족을 만나고 집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모습으로 연달아 세 번째 봄을 맞이하게 된 입장에서는 그저 계절이 지나가는 풍경이 더 새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잔뜩 나오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도 해보면서.


주말 사이 짧은 산책과 외출을 하는 동안 패딩이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에서 마침내 봄이 느껴졌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리고 춥고 길었던 것 같은데 또 막상 3월이라니 쏜살같았던 것 같기도 하고. 봄이 오면 등산도 가고 한강도 걷기로 했다.


2. 세탁기

사실 봄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세탁을 맘껏 하기 위해서이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이번 겨울 내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세탁기를 돌리지 말라는 방송을 시간마다 내보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내내 그리고 저녁시간까지도. 이전 집이 저층세대였어서 여름이나 겨울이면 혹시나 우수관과 배관으로 물이 넘치거나 관들이 터져버릴까 봐 걱정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세탁을 금지’하는 안내를 받아보긴 처음이다. 아파트 입구와 엘리베이터 게시판에도 역시 세탁 금지문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세탁 바구니가 쌓여가지만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더 꾹꾹 눌러 담는다.


요 며칠 날이 풀린다는 예보를 보자마자 세탁물을 죄다 엎어놓고 색깔별로 집 안에서 입는 옷과 바깥 옷을 하나하나 분리하며 즐거이 세탁을 준비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날이 풀리고 3일 후에 세탁을 하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봄이 와야 된다. 이제는 필히 봄이 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3. 데드투미 Dead to me

완다 비전,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애나이야기까지 연달아 보고 나니 딱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어 시작한 데드투미. 출퇴근길에 조금씩 쪼개어 보고 또 목욕하면서 보고 혼자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을 때 보고.


데드투미의 가장  장점은 미국의 여러 집을 간접적으로   있다는 것이고 (여자 주인공 직업이 부동산 중개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포인트)  하나의 장점은 영어가 아주 쉽다. 분노와 욕이 섞인 문장들을 쏟아내서인지 모르겠지만 귀에 쏙쏙 박히는 발성! 살인으로 이어진 우정과 사랑이 버무려져 있고 적당한 스릴러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 평이 조금 나뉘는 것 같긴 하지만 기대 없이 시작하면 시즌 2가 오히려 재밌는 것 같다. 곧 시즌 3도 나온다니 기대되는 중.


4. 집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남편이 얼마 전 샌드위치를 성공했다. 샌드위치. 아주 쉬운 것 같지만 2%를 채우기 늘 어려웠던 그 맛을 드디어 잡아냈다. 약간의 루꼴라와 씨겨자 그리고 방울토마토와 맛있는 빵이 적정 수준으로 조화를 이루면 되는데 그 조합을 얼마 전에 확실히 발견해냈다. 베이컨도 더해보고 잠봉도 더해보고 버터도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중이다.


커피도 샌드위치도 요리도 얼추 집에서 맛있게 즐길 수 있게 되니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빵류가 점점 더 아쉬워졌다. 컬리나 오아시스에서 사 먹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고 그렇다고 매번 서울 각지에서 공수해먹기도 마땅치 않아 그냥 구워보기로 했다. 마들렌부터 차근차근. 목표는 마들렌과 파운드케이크, 그리고 스콘 딱 3가지 종류.


집에 오븐이 없고 광파오븐과 발뮤다 토스터기뿐이라 본격적인 베이킹은 좀 어렵고 3가지 종류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 모든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가장 쉽다는 저 3가지 베이커리 중 마들렌 하나도 여전히 성공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10구씩 3번 도전했지만 성공이라고 할 법한 건 고작 5-6구 정도. 계량, 온도, 시간만 맞춰도 80%는 성공이라기에 저울을 샀다. 정확한 계량을 위해서. 3월 말까지 기본 마들렌, 레몬 마들렌, 소금 초코 마들렌을 완성할 예정이다. 해내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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