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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07. 2022

3월 6일 월요일

아침볕이 길게 들어오는 초봄의 월요일

1. 10km

토요일엔 어쩐지 햇살이 봄 같아서 긴 산책을 계획했다. 물론 바람이 대차게 불어 코끝과 손끝이 겨울처럼 시렸지만 그럼에도 햇살이 따뜻한 공원을 가로질러 10km가 넘는 산책을 했다. 아침 일찍 한산한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밥이나 먹자고 만났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커피숍이 오픈 전이라 1킬로가 넘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시작된 산책.


겨울이 되자마자 새 동네로 이사를 하고 이사를 하면서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출근길 때문에 산책은 사치였던 지난 몇 달을 보내고 마침내 봄이 왔다. 봄에는 산로 들로 열심히 걸어야지. 체력이 모든 일을 좌우한다는 걸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


2. 튤립

겨울이면 꽃시장 곳곳에 통통한 튤립이 나온다. 꽃을 처음 배울 때 매번 엄지 힘에 못 이겨 끊어지던 튤립을 그래도 몇 번의 겨울 내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꽃 클래스를 모두 배우고 나니 꽃 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지난 2년 그리고 몇 달 전까지 배웠던 클래스가 전문가 코스였던 덕에 늘 크고 웅장한 꽃들 때로는 상업적으로 판매하기보다는 아트피스에 가까운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그 덕에 멋진 꽃에 더없는 찬사를 보낼 줄 알게 되었고 계절마다 ‘제철 꽃’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었다.


겨울은 튤립이고 물론 다른 계절의 튤립도 멋지지만 아무래도 때가 있으니. 꽃시장이나 꽃집을 찾아 주문하는 것도 조금 힘에 부쳐 마켓컬리에서 15송이를 구입했다. 새벽 3시부터  앞에 와있던 튤립을 아침부터  다듬어 꽃병에 꽂으니 이제야 집이  환해지는  같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


3. 남동생 이야기

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3살 터울 학년으로는 4개 학년이 차이 난다. 아주 어렸을 때 동생이 병원에서 태어나 엄마와 함께 들어왔던 모습부터 나는 거실에서 놀고 동생과 엄마는 안방에서 몸조리를 하던 장면,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엄마는 이전 경력을 살려 남동생이 다닐 유치원에 선생님으로 재취업했전 기억까지. 동생이 태어나기 전의 기억은 단 한순간도 찰나마저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 동생이 집에 온 날부터 그 이후의 많은 날들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하늘하늘한 여름 원피스를 입고 남동생 손을 잡고 동네를 걸었던 기억도 나고 엄마의 퇴근이 늦는 날은 동생 태권도장에 들러 함께 기다렸다가 집으로 귀가하기도 했다. 운전은 면허를 딴 후 거의 10년 동안 늘 초보인 내가 동생의 대입 논술 학원까지 라이드를 해주기도 했고 울산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동생을 보러 생일에 남편과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누나와 남동생 사이는 원래 우리 집처럼 이런 줄 알았다. 누나는 남동생을 가장 끔찍이 생각하고 때로는 엄마처럼 엄마보다 더 많은 일상적인 것을 챙기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종종 어린 우리 남매를 두고 엄마가 없으면 누나가 엄마고 동생이 누나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나는 남동생의 그림자처럼 언제나 쫓아다니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동생은 대학에서 못다 한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석사로 모자라 박사님이 되었다.


직장의 가장 큰 대목 중 하나였던 졸업식과 남동생의 졸업 일자가 같았던 바람에 (게다가 코로나라 졸업생 본인도 유튜브로 졸업식에 참가한다기에) 결국 못 갔다. 결혼할 때 사준 양복이 작아져 취업 준비를 위해 가벼운 양복을 한 벌 같이 골라주었는데 그 길로 취업이 덜컥 돼버린 동생. 누나인 나도 동생의 0살이 엊그제 같은데 엄마는 우리가 얼마나 기가 막힐까 싶기도 하고.


여튼 이건 취업한 동생의 멋진 30대를 응원하는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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