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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21. 2022

3월 21일 월요일

사무실을 옮기고 열심히 일하고 운동까지 마친 월요일

1. 이사

사무실을 옮기기로 했다. 정확히는 직무를 변경하게 됐다. 처음 며칠은 아주 많이 당황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입사한 지 10개월밖에 안 된 직원이고 오래 다닌 전 직장에서의 나의 직무는 입사 때부터 퇴사 때까지 늘 동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업계의 한 직무를 오롯이 책임지는 Specialist가 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모든 직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응하는 것도 10개월이 지났다. 순환보직이 매 년 일어나는 지금 직장에는 무수히 많은 Generalist가 있다. 그리고 그 기조로 언제나 일과 사람을 구성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언젠가 마주할 일이기도 했다. 예상보다 일렀을 뿐.


막상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점도 많이 있지만 이후의 모든 흐름은 나에게 달렸다. 다시 긴장하면 되겠지 뭐.


2.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 장례식에 손녀처럼 조문객처럼 머물다가 지리산 자락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격리 해제 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흔히 말하는 ‘선화장 후 장례’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 그리고 임종 전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아주 짧은 짬이 생겼다는 것.


발인하는 날 서울엔 비가 오고 지리산엔 비와 눈과 간간히 우박도 떨어졌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의 장례식도 좋은 날씨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할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3. 책

전자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읽고 싶었던 신작 소설을 잔뜩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읽은 책은 은희경 작가의 ‘장미의 이름은 장미’ 그리고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두 책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어 쉽게 예약할 수 있었고 둘 다 10일 넘게 대기하다가 겨우 대여할 수 있었던 신작 중의 신작이었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총 4개의 단편이 엮여있는 소설집인데 호흡이 짧아 출퇴근길에 읽기에 딱이었다. 모든 단편의 배경은 뉴욕이지만 모두 다른 시기, 모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옴니버스 영화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휴남동 서점. 베스트셀러라서 오히려 고민했던 시작. 앞선 책에 비해 처음엔 조금 가벼운 듯해서 역시 베스트셀러가 그렇지 뭐라는 마음으로 읽다가 중후반에서 훅 빨려 들어가 완독 했다. 무기력한 삶의 순간에 가장 쉬기 좋은 동네를 골라 그곳에 동네 서점을 연 주인공이 기력을 되찾는 듯 되찾는 듯하다가 결국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야기.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 서점에서 다시금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게 너무도 요즘의 우리네의 모습인 것 같아서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고. 책 표지가 너무 예뻐 핸드폰 전자책은 흑백이라 아이패드로 다시 표지를 볼 정도였다. 책의 본문의 수려한 여러 문장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구는 아래에.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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